넷째 잔, 퇴사하다

by binter

타의에 의해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술에 의지하게 되었고,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집 밖을 나가 산책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날들이 몇 주간 이어졌다. 그 시기에 적은 일기는 차마 다시 꺼내보기 힘들 정도이다. 상스러워서...


그런데, 폭풍은 결국 지나가더라.

이 거센 폭풍 속에도 끝끝내 무너지지 않은 뿌리 깊은 생각만 남게 되었다.

그건 바로 '퇴사'였다.

퇴사 전에 뭘 해놓을거고, 어느 시점에 퇴사하고, 퇴사 후 프랑스는 언제, 얼마나 있을지 등 부차적인 생각들은 폭풍에 휩쓸려갔다.


생각할 거리가 적어지고 단순해지니, 행동에 옮기는 건 너무나도 쉬웠다.

퇴사 선언을 공식적으로 한 그날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퇴근 전까지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퇴근길에는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집 도어록을 눌러 문을 열고 '달칵'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부르짖었다.

"앗~~~~ 싸~~~~!!!!!!!!!"


공식적으로 퇴사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무섭거나 흔들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흘러갔다.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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