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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Dec 14. 2023

유대인 식민촌 주민들의 만행과 테러

이번에는 지난 글에 이어 서안과 가자지구에 지어진 유대인 식민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1967년에 이스라엘은 서안과 가자지구를 선제공격해 식민 지배를 시작합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들을 모두 투옥하고 고문하고, 추방하고, 마을 단위로 주거지를 파괴하고,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집단 처벌을 가했습니다.


식민지 내에서는 어떤 정치적 행동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조직에 가입하거나 관련 서적을 읽기만 해도 처벌당했습니다. 팔레스타인 국기의 색깔이 들어간 옷을 입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금지되었습니다. 한밤중에 이스라엘군이 쳐들어와서 불온서적이나 무기, 용의자를 수색한다고 온 마을을 뒤집어엎곤 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신변의 위협은 물론 경제활동에도 크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연상시키는 이런 식민 지배는 정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군인과 경찰의 작품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식민주의의 첨병 노릇을 한 것은 식민촌의 유대인 주민(=정착민)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문제점은 정착민들을 대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여섯 살이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정착민들이 난민촌을 통과해 지나가는 걸 보면서 자랐죠. 정착촌 남쪽에서 베들레헴을 지나 예루살렘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는 디샤(Deheisheh) 난민촌을 지나거든요. ...

정착민들을 이끄는 사람은 랍비 모세 레빈저(moshe Levinger)였는데, 그는 모든 서안지구 땅을 이스라엘의 일부로 간주한 사람이에요. 그와 정착민들은 난민촌 주위의 토지를 이스라엘이 소유하기를 원했고, 우리의 생활을 비참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냈죠.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버스 여러 대를 타고 찾아와 난민촌 안에서 사방을 향해 실탄을 쏘아댔어요.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돈을 던지며 싸움을 자극했죠. 난민들이 저항해 싸우려고 할 때마다 정착민들은 이스라엘군에 알리고, 군인들은 저항하는 사람들을 골목까지 쫓아와 최루탄을 발사했죠. ...

내가 다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에 정착민들이 들어와 책상과 문과 창문을 부수던 일도 기억해요. 선생님들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죠. 항상 공포와 불안감을 느꼈어요. 내가 어렸을 적에 이런 일들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죠. ... 얼마 후부터 나와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아무 힘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존경심을 잃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1980년대 초반에는 이스라엘군이 난민촌 주위에 담장을 설치했어요. ... 난민촌에는 통행 제한 명령이 내려졌어요. 저녁 7시 안에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입구를 지키는 군인들이 문을 통과시켜 주지 않았거든요. 통행금지가 내려진 이후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난민촌을 나갈 수 없었어요. 7시에 입구가 봉쇄된 이후 몇몇 사람들은 병원으로 가지 못해 죽기도 했어요.
14살이 되던 해 생애 처음으로 책가방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듯 비닐봉지에다 교과서를 넣어 다녔어요. 마침내 책가방을 가졌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어요. ... 등굣길에 여섯 명의 군인과 무장한 정착민 한 명이 저를 불러 세웠어요. 정착민은 저를 발로 차고 뺨을 때리더니 가방을 뺏어 배수구에 던졌죠. 내가 가방을 꺼내자, 군인들이 나를 구타하고 가방을 다시 배수구에 집어던졌어요. ... 그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했어요. 난민촌의 난민들은 돌을 던지며 정착민들에게 보복했어요. 나는 10살 때부터 던지기 시작했죠.
-  정환빈,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705-6.


왜 팔레스타인인들이 유대인을, 보다 정확히는 이스라엘을 미워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한국인들은 대강의 역사를 알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과거에 팔레스타인 땅에 국가를 세운 것은 잘못한 일이나, 언제까지고 과거 타령만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일본에 식민 지배의 역사를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꾸준히 요구하는 우리가 할 말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게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식민촌은 팔레스타인 정부와 국가가 탄생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건설되고 있고, 그래서 팔레스타인 국토에 사는 유대인 주민들의 수는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이들 모두가 팔레스타인인을 괴롭히는 악당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식민촌 주민이 여전히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하고, 폭행하고, 주요 생계수단인 올리브 나무나 집, 모스크를 불태우고, 총으로 또는 불태워서 사람을 죽이는 테러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래도 더 많이 테러를 저지르는 거 아닌가?" 저 역시도 이 점이 궁금해서 책을 쓰면서 조사해 보았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HCA)의 통계에 따르면, 2012-16년 동안 식민촌 주민들은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손해를 입은 것보다 더 많은 신체적, 재산상의 피해를 끼쳤습니다.(*)

*정착민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상자 수는 연평균 85명이고, 재산 피해는 198건이었다. 반면, 팔레스

타인인에 의한 정착민 사상자 수는 연평균 60명, 재산 피해는 66건이었다. 피해 금액은 확인

되지 않는다. UNOCHA, "Monthly Figure," accessed March 20, 2017, https://www.ochaopt.

org/content/monthly-figures;  2011년부터 2015년 9월 사이에 정착민들은 4,400그루의 나무를 파괴했다. UNOCHA, Humanitarian Bulletin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 October 2015, 11.


이스라엘이 건국된 지 벌써 75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이제 와서 이스라엘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이는 새로운 양상의 분쟁을 불러일으킬 뿐이고 더 많은 이들을 고통에 빠지게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현재의 부정의를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평화'를 해치는 '테러'를 그만두라고 비판하려면, 적어도 이스라엘에 테러와 식민 지배를 먼저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게 인류가 쌓아 올린 상식이고 최소한의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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