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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Dec 15. 2023

하마스의 지지율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고기방패'로 쓰는데 왜 인기가 오를까요?

우리 뉴스의 댓글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것은 하마스를 지지했던 '원죄' 때문이고, 지금이라도 서둘러 하마스를 손절하라고 '친절한'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하마스를 지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9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https://apnews.com/article/israel-hamas-palestinians-opinion-poll-wartime-views-a0baade915619cd070b5393844bc4514)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하마스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살육을 즐기기 위해 '평화'를 깨고 '선제공격'을 하고, 주민들을 '고기방패'로 내세우고.... 이 중에서 '선제공격'의 그릇됨에 대해서는 이전 글들에서 여러 차례 설명하였습니다. ('선제공격'과 '보복'이란 단어에 숨겨진 비밀) 오늘은 '고기방패'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하마스의 탄생 배경입니다. 하마스는 이집트의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지부가 1987년에 독립하면서 만든 단체입니다. 당시에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 즉 이스라엘의 멸망을 목표로 내걸었고, 비록 몇 해 전에는 서안과 가자지구의 독립으로 목표를 축소 수정했다고 선언했으나 주변의 신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저 역시도 신뢰하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1987년에 하마스는 왜 탄생했을까요? 1948년에 이스라엘 건국을 전후로 75만여 명, 즉 85%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추방당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 무렵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무장투쟁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떤 인간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정의에 국제사회와 다른 아랍 국가들이 나서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67년에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지구를 선제공격해 식민 지배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국제사회나 아랍 국가들이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관심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스라엘을 직접 물리치거나, 적어도 무장투쟁으로 세간의 관심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난민들이 1967년 이후부터 야세르 아라파트의 지휘 하에 무장투쟁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수는 많아야 1만 명 남짓이었습니다.


특히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무장투쟁에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삼엄한 감시를 피하기 어려웠고, 또 주민들의 절반은 난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난민들 만큼 무장투쟁의 필요성에 공감하도 않았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로 자유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게 되자 이들도 생각을 바게 됩니다. 즉, 20년의 식민 지배가 하마스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오늘날의 소위 '테러'는 하마스가 있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로 주민들이 먹고 살 길막히고 자유를 옥죄이고, 땅을 계속해서 빼앗기고, 75년 이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사과나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으로 하마스를 뿌리 뽑아도 '테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해치는 암세포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지 하마스와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팔, 다리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식민 지배를 포기할 때까지 제2, 제3의 하마스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니 어떠신가요. 아직도 하마스가 '고기 방패'를 쓴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마스가 학교나 병원 근처에 은신처를 마련할 때 주민들이 과연 반대했을까요? 누군가는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그러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여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육을 즐기는 골리앗 이스라엘을 상대하기에 하마스는 너무나도 작고 약한 다윗이라는 것을 주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군부 독재 시절에 우리 선조들은 독립운동가나 민주주의 운동가들이 민가에 숨어들면 어떻게 했었나요? 고발했었나요? '고기방패'라는 낙인은 그저 식민주의에 저항하려는 괘씸한 행동을 용납하지 못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의 식민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인종차별적인 단어일 뿐입니다.


하마스는 이상적인 단체는 아닙니다. 주민들도 이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 생활이 75년이나 계속되고, 식민 지배가 56년이나 계속되는 데도 국제사회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하마스는 주민들의 소망인 자유와 인권, 독립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희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테러를 멈추고 싶다고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종식시키면 됩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비판하는 우리가, 과거의 일본 제국주의자들처럼 '어떻게 하면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을 멈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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