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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Oct 13. 2022

독립서점 덕통 사고

그림이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위드위로 -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로 26 1층 120호


우연히 본 다른 이의 피드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책방.

독립서점에게도 덕통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크지 않은 규모에 따뜻한 원목 색감과 조명이 너무나도 내 취향인 곳.

당장 그리고 싶은 맘이 간절했지만, 해야 할 것들이 밀려 있기에 그림 그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 나의 사진첩에 저장해둔다.




마음이 복잡한 어느 날이었다.

아이 학습 태도의 불성실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요일을 착각해서 아이가 방과 후 수업을 가야 하는 시간에 태권도로 가버렸다.

영어 단어는 5개만 외우면 된다고 해서 믿고 시켰더니 알고 보니 20개였고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모든 일이 하루에 일어났다.

내가 잘하면 아이들이 당연히 잘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놓친 부분들이 한꺼번에 발견된 느낌이었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에게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잘못이었을까?

아이가 밝고 자신감 있게만 자랐으면 했고, 아이의 학습 태도나 학과 성적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런저런 학원에 보내고 있지만 1등을 원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진 마음을 갖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가정에서 직접 가르치다 서로 마음만 상하고 끝맺은 적이 많았기에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는 숙제만 겨우 봐주는 정도가 되었다.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은 학교나 학원에서 알아서 다 배워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채워줘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잘한 것은 더 크게 칭찬해주어야 한다.

그 당연한 것을 나는 잘하고 있었던 걸까?

속이 쓰리다. 울고 싶었다.

아이는 관심을 주는 만큼 성장한다고 예전 나의 어느 글에 쓴 적도 있건만 역시나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한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에 착잡한 날이었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저장해두었던 독립서점 사진을 발견했다. 일산에 위치한 <위드 위로>

그리는 동안은 이 복잡한 잡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동네였다면 아니 적어도 우리 집에서 50km의 거리만 아니었다면…

내 취향의 서점들은 참 멀리에도 있구나.

내가 차려볼까? 아 마이너스를 면하려면 상가를 사야겠네. 아, 일단 로또를 사야겠구나.

말도 안 되는, 아니 어쩌면 조금은 가능성 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쉬지도 않고 그렸다.

그림이 나에게 위로를 건네준 덕일까?

그리는 동안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나도 초2 엄마가 처음인데,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아이들의 성향도 모두 다르다.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나는 용기를 북돋워주면 된다.

무뚝뚝한 엄마이지만, 조금 더 신경써주고, 조금 더 리액션을 해보자.

나도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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