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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Dec 15. 2020

자유롭게 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면서 좋았던 건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계속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취향과 업종에 맞춰서

다양하게 작업해볼 수 있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언제 내가 이렇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해보겠는가.


하지만 서툴렀던 나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을 잡지 않고 일했었고

수정에 수정을 원하는 사람들에 힘들어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준을 세웠지만.

그 기준조차 무시한 채

억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내 최악의 고객은

기준치의 수정을 훨씬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 수정 수정 수정.... 계속 수정을 원하던 남자였다.


급기야는 새벽에 술 먹고 협박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던..


처음엔 화도 나고 내 일에 대한 회의감도 느꼈다.

하지만 어디에나 돌아이는 존재한다고 하지 않나.

그는 본인 인생에 대한 분풀이를 나에게 하는 것 같았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받았던 돈 다 돌려드릴 테니

그냥 다 없었던 일로 하자고

제발 이제 연락만 말아달라 했다.


그랬더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자기가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며..

정식으로 사과하며 이대로 진행하겠다고 했었지.


-


뭐,


가끔씩은 이런 진상도 만났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 날을 계기로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디자인만 하지 말고,

나만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나에게 수정을 원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그냥 내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 라고.


실컷 재미나게 떠들다 보면

언젠간 그런 날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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