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초 거리를 다 둘러보니 점심때가 되어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근처에 유명한 라멘집 ‘이치란’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으나 이미 대기 줄이 족히 50미터는 되어 보였다. 평일에도 유동 인구와 관광객이 워낙 많은 도쿄인데, 주말은 오죽했을까.
토요일 오후의 인기 있는 라멘집 웨이팅은 아이들을 데리고 기다릴 수 있는 길이가 아니었다. 이치란은 후쿠오카 본점에서도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 터라 '꼭 먹고야 말겠어!'까지의 메뉴는 아니었기에, 그저 ‘혼밥용 닷지석’이 아닌 지쳐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편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근처를 배회하다 우연히 지하 2~3층에 위치한 식당을 발견했다. 아주 좁은 지하 계단을 꼬불꼬불 돌아 내려가니 손님도 없고 7명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 있어 냉큼 자리를 잡았다.
삼시 세끼를 면으로 때울 수 있는 면러버 첫째는 역시나 라멘을 주문했다.
삼시 세끼를 고기로 때울 수 있는 탄수화물+단백질러버 둘째는 치킨난반을 주문했다.
삼시 세끼를 알코올로 때울 수 있는 아빠, 엄마는 물 시키듯 아주 자연스럽고 티 안 나게 하이볼을 주문했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아이들은 팔씨름을 하며 힘자랑하기에 바쁘고, 그런 아이들과 다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일본 음식은 대부분 내 입맛에 맞으므로 어디를 가든 뭘 먹던 중간은 한다.
그런 나에게 배고픈 시간에 힘들게 찾은 식당에서 하이볼과 함께 먹는 식사가 맛이 없을 리가 있나!
(사실 나에게 맛없는 음식이란 없다.. 굳이 꼽자면 내가 만든 음식 정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별로였던 음식을 꼽으라면 한국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밤에 동네 반찬 가게에서 먹었던 비릿한 시샤모였다. 그러나 그 비릿했던 맛조차도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필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