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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Nov 04. 2021

그때 안 했던걸 나중이라고 하지 않는다.

결혼 전엔 되지도 않는 로망이 있었다.

아이 옷을 직접 만드는 꿈.

내가 입지 않는 옷들을 리폼해서 아이 옷으로 만드는 꿈.


그래서 혼수로 미싱도 장만했다.

처음엔 의욕에 차서 동영상 강좌를 보며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세 가지.


학교 다닐 때 가정 시간 바느질 평가 점수가 높지 않았다는 것.

추진력만 있고 지구력은 없다는 것.

그리고 미싱에 흥미가 없다는 것.


그렇게 미싱은 먼지가 쌓여갔고

가끔씩 중나에 팔라는 신랑의 말을 무시한 채

언젠간 꼭 멋진 옷을 만들 거라며 입만 나불거리며

아이 옷은커녕 바짓단도 한번 제대로 줄여보지 못하고


6년 후, 결국 신랑의 예언대로 중나에 팔아버렸다.


사진첩을 들춰보다 발견한

내 추억의 미싱

전에 살던 집에선 거실 베란다가 내 작업실이었다.

(우리 집 나름 산 뷰였네)


그러고 보니 저 제도용 스탠드도 멋져 보여 샀는데

안 쓰다가 결국 망가져서 이사올 때 버렸다.


대상만 바뀔 뿐 

여전히 나는 호기심에 찼다가 금세 식어버린다.

그때 안 했던걸 나중이라고 하지 않는다.


언젠간 쓰겠지라고 쟁여놓지 말자.

라는 오늘의 결론.


-


감성 넣어 그린 그림에 그렇지 못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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