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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Jun 15. 2022

미용실 상가 옥상에서 바라본 봄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속 내가 유독 더 못생겨 보이는 날이 있다면 그것은 머리카락이 나에게 뿌리 염색을 하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날이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고, 난 지체 없이 단골 미용실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가장 빠른 시간을 예약했다

이사 오고 나서 이곳저곳 미용실 몇 군데를 전전하다 인근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미용실에 정착한지도 이제 2년 반이 되었다.

나에게 작은 이모쯤 되실 것 같은 연배의 미용실 사장님은 8평 남짓되는 작은 미용실을 오롯이 혼자 운영하신다.

나의 주종목은 뿌리 염색이기에 3개월에 한 번씩은 꼭 사장님을 만나는데 동네 사랑방인 이곳은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분들까지 정말 전 연령층이 오는 곳이다.

1창 염색을 마무리하고 사장님이 갑자기 “옥상에 매화꽃 보러 올라가자~”라고 하셨다.

손님도 아무도 없었고 2층짜리 상가 건물의 옥상으로 고작 한층 더 올라가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옥상에는 매화꽃 한 그루와, 각종 채소들이 심어져 있었다. 파, 호박, 방풍나물, 마늘, 시금치…

대부분은 미용실 옆 세탁소 남자 사장님의 정성으로 일구어진 작은 옥상텃밭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상 위로 올라오면 더 좋은 풍경이 있다며 나를 안내하셨다.

그렇게 올라간 옥상 단상 위에서 사장님과 나는 봄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봉우리를 피우려고 하는 벚꽃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 속도라면 3~4일 내로 벚꽃이 활짝 필 거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이 동네 주민들만 알 수 있는 예쁜 산책길에 대한 정보를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사장님은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으셨고, 관심 없는 대화 주제로 손님을 지루하게 하지도 않으신다. 새겨들을 이야기도 많다.

어른이 되면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꼰대가 아닌 어른이 되자.

염색을 마칠 때까지도 다른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고데기로 마무리까지 해주신 날.

미용실 상가 옥상에서 바라본 봄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못생김도 조금 나아졌고, 이래저래 봄은 봄이다.





(20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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