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할 것이 많은 삶

잃고 나서야 소중한 것이 보인다

by Biracle

한 청년이 부모를 떠나서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그 일상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중환자실이었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처음 눈을 뜨고 마주한 사람은 파란 간호복을 입고

있던 어느 간호사였다.

"정신이 들어요? 수술은 잘 되었어요”

그 후 주치의라는 의사분이 내 상태에 관해서 설명해주었는데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다리 혈관이 갑자기 찢어져서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장애가 남을 수 있어요”

그래도 곧 회복되겠지, 생각하며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면서 그렇게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그 후로 4년을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몸은 회복 불능에 빠지고 사업은 폐업하게 되고 온갖 비용들을 감당할 수 없어서 집을 팔고 12번이나 수술을 했지만 결국 다리는 회복되지 못하고

침대에서 생활을 무려 4년 넘도록 하면서 잃어버린 것들만 생각나서

절망 속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가족들과 친구들

일상생활로 회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는데 그 시작은 바로

장애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각오는 했지만, 장애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2달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주민센터에서 상담해주신 사회복지사 덕분에 용기를 갖고 장애는 다양성에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경증 장애임에도 보행조차 힘들었는데

심한 장애인분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미안한 것은 잠시라도 장애에 대해서 편견이 있던 내 자신이었고

감사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장애인분이 열심히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분이

장애인 자립과 지원을 위해서 노력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분야에서 장애인분들이 활약하고 있음에 존경스러웠다.

5분 이상 지속 보행을 못 하여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는 하루에 1~2건 정도

시작했던 어느 날 배달을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며 얼마를 움직였을까?

갑자기 뒤에서 어르신 한 분이 자전거를 타면서 다가오면서

대뜸 ‘자전거 탈 줄 알지?’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네, 탈 수 있죠. 대답하면서 혹시 어르신이 자전거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시려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어르신은 망설임 없이 말씀을 이어 갔다.

“ 다리가 불편해 보여서 자전거 선물하려고”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내 손에 자물쇠까지 주면서 웃으면서 돌아가셨다.

한참 후에야 돌아가는 어르신을 향해 감사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런 상관없는 사이에 돕는 이가 없어진 시대로 생각했던 요즘의 현실에.

어르신의 호의를 순간 계산적인 생각으로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심지어 뒤늦게 그분은 내가 어릴 때 자전거를 샀던 그 가게 사장님이라는 사실이 기억이 났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부끄러움과 감사함.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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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혼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누군가 날 지켜보고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구나!

상황에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동안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구나! 하나씩 생각이 들었는데 참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구나.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렇게 뜨거운 마음으로 도운 적이 있었는가!

마음 같아서야 돈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건 허세일 뿐이니 고민한 끝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닫힌 가게 문 밑으로 편지를 넣어두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자전거는 단순히 일거리를 늘려주고 편하게 해준 것 이상으로

어두워져 가던 마음 한편을 밝혀주는 등불처럼 길을 내주었다.

그 후에 자전거가 씨앗이 되어서 지금은 전기자전거로 더욱 편하게

재활훈련 겸 배달을 하고 있고 전기자전거 바꾸면서 작은 선물을 들고

자전거 가게 사장님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다.

몇 개월이 지났지만 기억하고 계셨는데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장님께서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결국 몇 배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면서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셨다.

오늘도 열심히 자전거를 타면서 달리고 있다.

언젠가 다시 인생의 길에서 신나게 달리는 그날을 소망하면서.

난 잃어버린 것이 많은 것이 아니라 채울 것이 많아진 삶이라는 것을

소중한 이 시간을 사랑 가득히 살아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실에

오늘도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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