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을 자르고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엄마는 새로운 탯줄로 아이와 자신을 묶었다.
엄마 눈에만 보이는 새로운 탯줄이다.
엄마의 모든 기운이 아이에게 가는 탯줄에서 엄마와 아이의 기운이 서로 오가는 탯줄이 되었다.
그 탯줄로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넣어주려고 하고,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그 탯줄로 들어오는 것을 모두 밀어내려고 한다.
사춘기다.
탯줄이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느슨해진다.
엄마가 그 느슨해진 탯줄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졌다가를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된다.
결국 느슨해진 탯줄로 아이는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엄마는 그 탯줄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
어느 순간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오면,
엄마는 자신이 붙들고 있는 탯줄에 기도를 한다.
아무일 없이 아이가 무사히 잘 지내기만을.
그 탯줄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힘든 순간 붙잡을 생명줄이다.
이 세상에 나오게 해 준 탯줄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사라졌지만,
엄마가 만든 새로운 탯줄은 이 세상 너머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엄마라는 자리가 준 운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