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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Apr 15. 2024

탯줄, 새로운 탯줄

탯줄을 자르고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엄마는 새로운 탯줄로 아이와 자신을 묶었다. 

엄마 눈에만 보이는 새로운 탯줄이다. 

엄마의 모든 기운이 아이에게 가는 탯줄에서 엄마와 아이의 기운이 서로 오가는 탯줄이 되었다. 



그 탯줄로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넣어주려고 하고,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그 탯줄로 들어오는 것을 모두 밀어내려고 한다. 



사춘기다. 



탯줄이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느슨해진다. 



엄마가 그 느슨해진 탯줄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졌다가를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된다. 



결국 느슨해진 탯줄로 아이는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엄마는 그 탯줄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 



어느 순간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오면, 

엄마는 자신이 붙들고 있는 탯줄에 기도를 한다. 

아무일 없이 아이가 무사히 지내기만을. 



그 탯줄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힘든 순간 붙잡을 생명줄이다. 



이 세상에 나오게 해 준 탯줄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사라졌지만, 

엄마가 만든 새로운 탯줄은 이 세상 너머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엄마라는 자리가 준 운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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