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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Sep 27. 2024

(인정의 단계) 평범의 힘

: 세상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 

김영진,『나는 너무 평범해』(길벗어린이, 2021)




‘나에 관한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은 그린이는 자신에 대해 무엇을 쓸지 고민을 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너무 특별하고, 주변의 친구들도 잘하는 것이 하나씩은 있었다. 남들을 웃기기도 하고, 축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렸다. 친구들은 그런 점에 대해서 자신에 관한 글을 쓰면 될 것 같았다. 



그린이는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다. 자신은 수업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조차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린이는 남들처럼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자신의 무엇을 글로 써야 할지 고민했다. 



그린이는 자신에 관한 것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이해한 것 같다. 그리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고,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평범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린이는 자신의 평범함을 남들과 비교해 자신의 부족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부족함이 평범함일까? 평범하면 부족한 사람일까?



그린이의 담임 선생님은 ‘세상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세상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그 말에 그린이는 자신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자신만의 기억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서 숙제를 했다. 



그린이는 ‘특별’이라는 것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 경험 속에서 평범한 자신도 주인공처럼 느껴졌던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가족들과 바닷가에 가서 갈매기들에게 새우 과자를 주고, 파도와 놀고, 조개껍데기도 주웠다. 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었고, 할머니 댁 지붕에서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옥수수 먹었다. 할아버지가 태워주신 자전거로 논길을 달리기도 했고, 낙엽 소리를 느끼기도 했고, 수학 시험 100점을 맞지 못해 평생을 치킨을 먹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것이 그린이 자신에 관한 글이 되었다.      



그린이는 큰 새우 과자에 신나 하고, 갈매기들에게 과자를 더 주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할머니 댁 개의 간식도 챙길 줄 알았고, 오이소박이라는 말의 예쁨도 느낄 줄 알았다. 빗소리와 자전거 소리에 귀 기울일 줄도 알았다. 그린이는 천진난만하고, 마음도 따뜻한 아이였다.     



선생님은 그린이의 ‘나에 관한 글’을 칭찬하시면서 일어나서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린이는 더듬거리지 않고 자신의 글을 읽어나갔다. 그린이가 더듬거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만의 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들은 그린이의 발표에 박수를 쳐 주었다. 친구들의 박수가 그린이를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박수는 인정이다.      



아빠는 그린이에게 삶이란 그 평범함과 특별함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면서 평범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그린이는 아빠의 말을 아빠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린이에게 평범이란 남들 속에서 튀지 않는 것이고, 특별이란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인정받는 뛰어남이다. 그리고 자신다운 모습은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추억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평범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닌 그린이만이 가진 소중한 기억 속에 있는 자신이었다. 평범함도 특별함도 자신만의 기준 속에서 먼저 개념이 정리되었다.     



반면, 그린이보다 많은 인생의 시간을 지나온 그린이의 아빠에게 평범함과 특별함은 세월 속에서 얻은 결과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어떤 세상 속에서 아주 뛰어난 소수와 매우 뒤처지는 소수가 아닌 ‘어지간한’ 다수의 입장을 평범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서 있으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양한 세상 속에서 다수의 중간층에 들어가서 살아가면서 위안을 얻고, 때로 찾아오는 특별함에 기쁨을 얻고, 그런 것들에 안도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평탄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소수의 상위층과 소수의 하위층은 거센 풍파를 많이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 어느 중간지점에 속하는 것이 덜 상처받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다수라고 해서 결코 그 속에 속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아빠는 자신이 지내온 시간으로 알고 있다. 평범함도 특별함도 세상의 많은 기준 속에서 먼저 개념을 정리하였다.



그린이는 ‘나는 너무 평범해’라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어른이 되면 ‘나는 너무 평범해’가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과 남들의 시선을 받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루할 것 같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특별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으로 내가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위안이 자신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특별함과 평범함의 반복되는 일상이 인생이 되는 것 같다. 평범함이 주는 힘은 일상의 평안함 속에 맞이하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세상 속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 안에서 평범함도 특별함도 정리가 된다면, 오늘 하루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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