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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치픽스' 모델, 한국에서 실패한 이유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5기 유승연


패션 리테일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단연 ‘스티치 픽스’를 꼽을 수 있다. 스티치 픽스는 고객 사이즈, 취향, 라이프스타일, 지출 의향 등의 정보를 분석해 개인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맞춤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취향과 사이즈에 대한 설문을 작성하기만 하면 그들이 좋아할만한 패션 아이템을 전달받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제품만 간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나머지는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스타일링을 어려워하거나 시간이 없어서 쇼핑을 못하는 이들에게 이 서비스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스티치픽스는 어떻게 수백만 고객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들의 취향을 파악해낼 수 있는 것일까?




패션 X 인공지능


패션계의 ‘넷플릭스’라고도 불리는 스티치 픽스의 핵심 역량은 스타일링 알고리즘에 있다. 실제로 스티치 픽스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을 설계한 에릭 콜슨을 영입했다. 스티치 픽스 알고리즘의 핵심은 적합하지 않은 제품들을 제거하는 방식에 있다. 보유한 제품 중 고객이 가입시 완료한 스타일 설문지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달라고" 언급했던 특징을 갖는 제품들을 일차적으로 필터링한다. 그리고 그 외 제품들이 고객의 마음에 들 확률을 계산해 제품 별 순위를 매긴다.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여러 개 활용하고 그 결과를 비교해 더 정교한 추천을 진행한다. 알고리즘으로부터 제품들을 추천받으면 인간 스타일리스트들이 그 추천된 제품들이 고객과 정말 어울리는지를 확인하고 스타일링 팁을 간략하게 적어준다. 수백만명에게 개인화된 스타일을 제안해줄 수 있는 이유이다. 


입력된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알고리즘이 세련되지 않다면 스타일 제안만 많이 만들어내고 실제 고객 만족으로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티치 픽스는 고객이 가입 시 작성한 설문 외에도 구매한 제품과 구매하지 않은 제품의 정보, 그리고 Pinterest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고객의 취향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도 수집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5-10개 사이의 스타일링 알고리즘을 사용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어낸다. 스타일링 뿐만 아니라 수요 예측, 재고 관리, 유통 관리 등의 분야에서도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왜 실패했을까?



스티치 픽스의 성공을 눈여겨보고 스티치 픽스를 벤치마킹한 사례들이 한국에서도 꾸준히 등장해왔다. Azzic, 어바웃더픽스, 원투웨어, 스타일그랩과 같은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모두 1-2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분명 고객 니즈도 있을 것 같고 비즈니스 모델도 해외 시장에서 입증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해당 서비스들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가웠던 것일까?


(1) 자사 브랜드에 의존

어바웃더픽스, 그리고 스타일그랩의 경우 자사 브랜드 제품만을 이용해 스타일링을 했다. 아마 생산 및 배송 비용 절감, 그리고 자사 제품 판매를 통한 마진 확보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고객에게 알맞은 제품을 추천하기에 부적합한 방식이다. 제품 구색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어 스타일 옵션을 많이 생성할 수 없고 결국 고객에게 자사 제품을 밀어내는 형식이므로 고객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스티치 픽스도 41개의 자사 브랜드를 보유하고는 있으나 그 외에도 1000개 이상의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2) 낮은 품질

자사 브랜드에 의존하는 서비스 후기 중에 배송받은 옷들의 품질이 안좋다는 후기도 꽤 있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고객이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가격 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고객 구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품질이 좋지 않자 이러한 유인도 소용이 없었고 고객들은 반품을 신청했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은 싼 옷이 아니라 비싸더라도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이다. 고객들을 서비스 초기에 유입시키기 위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 제품의 품질을 희생하자 아무도 입고 싶지 않은 옷이 되었다. 스티치 픽스처럼 초반에 고객이 직접 예산을 설정하도록 하고 그에 맞는 옷을 추천해주는 것도 보완책이 되었을 것 같다.


(3) 큐레이션 능력 부족

사업 초기에는 당연히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스타일리스트의 큐레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봄 색상” 원피스를 요청했는데 칙칙한 파란색과 회색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받았다는 후기를 보면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스타일링을 최종적으로 컨펌하는 단계에서 스타일리스트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볼 수 있다. 알고리즘이 그 제품을 추천했더라도 고객이 요청한 것과 일치하지 않으면 다른 제품을 선택했어야 했다.




한국판 스티치픽스, 가능할까?



지금까지 스티치 픽스를 벤치마킹한 여러 서비스들이 전부 실패했지만 해당 모델이 실패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비즈니스 모델 자체적인 문제 때문이지 시장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스티치 픽스 모델을 새롭게 한국에서 도입하려는 기업은 다음 3가지 부분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우선,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브랜드들과 제휴 관계를 맺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해 직접 구매해 고객에게 보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다양한 제품을 스타일링에 포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은 첫 스타일링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에 만족하지 못하면 바로 이탈할 것이다.


두번째로, 무조건적으로 서비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기보다 사용자의 지불 용의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일링 서비스에 니즈가 있는 고객은 옷을 저렴하게 사려는 니즈보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고 싶은 니즈가 더 클 것이다. 생각보다 고객의 지불 용의가 높을 수 있으니 예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하나의 변수로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고리즘을 정교화하여 더 정확한 추천이 가능하려면 학습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다. 물론 초기에 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고객이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그리고 구매하지 않았는지와 같은 구매 데이터는 고객이 서비스를 처음 이용할 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 가입 시 스타일링 설문에 취향 파악에 핵심적인 문항들을 포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몇가지 룩만을 보여주고 이를 선택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그 외에 선호하는 브랜드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문항들을 추가해 고객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나 Pinterest와 같은 이미지 기반 사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객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경영 유승연

seungyeon199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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