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한지영
반포대교 남단 한강 시민 공원에는 2009년 4월 처음 선보인 달빛 무지개 분수가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조명 분수를 가동하는 것 뿐이지만, 동네 주민들의 산책 장소였던 한강공원 반포지구는 달빛 무지개 분수가 만들어진 이후 ‘꽃보다 남자’ 등 여러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하며 서울 시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 분수 자체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조명 디자인 분수 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분수가 음악이라는 요소와 한강이라는 공간적 요소와 결합되면서 그 분수를 감상하는 사람들 개개인에게 각자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우선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감수성을 자극하고, 그 가사나 분위기가 주는 경험이 강력하다. 또 한강이라는 공간은, 도시 속 힐링과 휴식의 장소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있으며, 개개인들이 이 장소에 대해 갖는 추억이나 감정이 다양하다.
즉, 음악에서 오는 스토리와 공간에서 오는 스토리가 결합되어 새로운 경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요소들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흔하지만, 이들을 결합시켜 얻어낸 시너지 효과가 주는 경험은 결코 뻔하지 않다. 언제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 하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잘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글 ∙ 20기 한지영 | 검토 ∙ 18기 기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