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끼니 - 2
동남아시아를 좋아하나요? 일 년 내내 더운 날씨, 저렴한 물가, 다채로운 열대 음식, 천혜의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갖춘 곳이라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기가 있다. 동남아시아 여행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고들 얘기한다.
동남아의 이런 특성은 어떤 이에겐 장점이 되지만, 나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왔다. 땀 많이 나고 더위 잘 타는 체질을 지녀서 일 년 내내 더운 건 별로 좋지 않았고, 대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 위생과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저렴한 물가 이면에 있는 낮은 위생 수준이 신경 쓰였고, 입이 짧아서 향신료 가득한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 나에게 동남아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니었다.
살면서 동남아 여행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부모님께서 초청해 주신 덕분에 캄보디아에 가게 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이는 게 많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먹거리였다. 위생과 치안, 날씨는 있다 보면 차차 적응되지만, 생명을 유지하려면 안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에 가게 되니 거기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향신료를 뿌리지 않은 열대 과일, 옆 나라 베트남의 쌀국수 등이 있었지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태국 음식 팟타이였다. 대학생 때 한 번 먹어보고 맛있어서 가끔 찾았던 볶음국수가 동남아 음식이라는 걸 안 순간, 망망대해에서 발판 하나를 찾은 것 같이 마음이 풀렸다.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가 있으니, 캄보디아에서 다양한 음식에 도전할 수 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믿고 견딜 수 있는 지지대가 있는 건 도전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국수 한 그릇처럼, 인생의 여정을 이어 나갈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우연히 먹은 볶음국수가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