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번째 끼니 - 1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면 외식하는 것보다 더 싸다.'라는 말, 자취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있는 음식을 한 번 시켜 먹으려면 최소 만 원 이상 내야 하는데, 그걸 날마다 반복하면 1년에 400만 원은 거뜬히 지출하니 맞는 말처럼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게 직접 해 먹는 것보다 더 비싸지만, 낙지볶음만큼은 사 먹는 게 해 먹는 것보다 더 낫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어느 날 문득 낙지볶음을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주변 낙지볶음집에서 배달시키면 비조를 2인분에 2만 원 이상 넘어갔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한 끼에 2만 원을 태우는 건 너무 비싸므로 꽤 오래도록 주문할까 말지 고민했고, 그래서 직접 해 먹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되었다.
마트에서 낙지와 부재료를 샀는데 벌써 2만 원이 넘었다. 원물 재료를 손질하고 소스를 만드는 데 2시간이 걸렸고, 낙지 먹물이 튀어서 옷을 버렸다. 인터넷 요리법대로 낙지볶음을 만들었지만, 간이 약해서 아쉬웠다. 직접 만든 노력에 비해 성취가 너무 적었던 그날의 경험 때문에 낙지볶음을 먹고 싶을 땐 저절로 배달 앱을 찾게 되었다.
다시 처음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어떤 사람에게는 해 먹는 밥이 사 먹는 밥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위의 사례처럼 무엇을 먹느냐, 그리고 몇 명이 먹느냐에 따라 사 먹는 것이 해 먹는 것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조언하지만, 조언받는 사람에게는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맞는 말도 틀린 말로 바뀌는 것처럼, 나도 남의 처지를 조금 더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무심코 던진 말에 새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