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끼니 - 4
모든 사람은 타고난 입맛을 가지고 있다.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에는 심심하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또 문화권에 따라 음식에 대한 시각도 달라진다. 다른 나라에서는 깻잎은 단순한 향신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를 싸 먹는 채소로 여겨진다. 개인의 선호이던, 문화권의 차이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음식 취향을 갖고 있다.
각자의 음식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은 바로 밥상이다. 자그마한 밥상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 형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차려야 했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저녁 식사 메뉴를 두고 날마다 고민하셨다. 삼 형제가 좋아하는 음식은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불량식품 종류였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은 삼 형제가 좋아하지 않을 법한 건강한 음식이었다. 게다가 나는 삼 형제 중에 입맛이 유독 까다로워서 나머지 둘이 잘 먹는 음식이라도 내가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모두의 음식 취향을 다 맞출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각자가 먹을 만한 반찬 하나씩은 준비해 주셨다.
우리 가족은 부추무침을 좋아한다. 고춧가루의 매운맛, 액젓의 짠맛, 부추의 알싸한 맛이 잘 어우러져서 맛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잘 익은 부추무침은 맵고 짜고 달곰하고 감칠맛이 돈다고 하는데, 그게 크게 와닿진 않았다. 이 음식이 메인 반찬이 아니라 밑반찬이라서 어머니께서 다른 요리도 함께 준비해 주셨다. 그래도 나 혼자서 먹지 못하는 음식을 다 함께 좋아하는 걸 보니 내심 부러웠다.
세상 모든 사람의 입맛이 같았으면, 아니 적어도 모든 가족 구성원의 입맛이 같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모, 재력, 사회적 지위, 직업, 살아온 삶이 모두 다른데 입맛은 똑같길 바라면 이상하지 않은가. 한집에 사는 가족들의 입맛을 고려해 매 끼니를 차려주신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입맛을 바꾸긴 어렵지만, 입맛에 맞춰 음식을 준비할 순 있다.
그게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