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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열네 번째 끼니 - 2

by 빛새

농사일하고 먹는 새참, 야근하고 먹는 밤참, 학교에서 공부하고 먹는 급식까지, 일하고 먹는 밥상은 평소보다 더 맛있다. 지친 아침을 깨우는 점심은 바쁜 하루를 정돈하는 쉼터가 되고, 고된 하루를 달래는 저녁 식사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일하고 먹은 삼계탕처럼 말이다.


몇 년 전 토요일, 나는 교회 집사님과 나보다 4살 적은 교회 동생과 함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차로 2시간 거리의 공장으로 갔다. 하루 하는 단기 알바생한테 공장일을 시킬 거 같아 걱정했었지만, 공장 공터를 청소하는 일이라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알바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빗자루로 먼지가 자욱한 공터를 원 없이 쓸었다.


일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차를 타고 읍내에 있는 삼계탕집에 갔다. 몸 쓰는 일을 해서 배가 고팠던 나와 그 동생은 귀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초저녁까지 일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내가 그날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거기서 뭘 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상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상도 어디 공터를 쓸고 닦고 버렸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거기서 삼계탕을 먹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기억한다. 고된 일을 하고 먹는 밥이 맛있는 건, 그걸 먹는 기쁨이 내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기 때문 아닐까.


몸이 기억하는 머슬 메모리처럼, 맛을 기억하는 푸드 메모리도 존재한다.



PBSE2162.jpg 열네 번째 끼니 - 삼계탕, 장어구이, 두부무침, 부추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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