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한라 스토리

이야기해주는 남자 #4

by 빛솔

그렇게 정상쯤 오르자 두 아이가 나를 보며 소리쳤다. "어! 잘생긴 아저씨다!" 출발점에서 인사를 나눴던 현지 초등학생들이었다. 제주도는 현장학습을 한라산 정상으로 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처음 본 사이지만 하이파이브!

"물 줄까?"
물병에 얼마 안 남은 물방울들을 마른입 안에 털어 넣고 있던 아이에게 물었다. "네!"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옆에 있던 아이는 오히려 나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그런데 아저씨는 드실 거 있으세요?" 하고 되물었다. "응." 대답하고는 배낭에 있는 물병을 보여주었다.

정상에서는 물이 귀한데 내 배낭에는 아직 500ml 생수가 3병이나 남아 있었다. 나눠주려고 어깨에 지고 온 보람을 기분 좋게 나눴다. 삼다수 CHEERS!
그러고 나서 잠깐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 챙길 줄 아는구나."

상대부터 챙기는 초6이라니... 마르지 않은 인성은 이 날 백록담 같이 좋았다. 기본이 좋으면 기분도 좋은 법이다.

물 한 모금 더 채우며 잠시 바람과 펼쳐진 산 아래 풍경을 마주하고 있을 때 아이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말랑카우 두 알을 꺼내더니 말없이 내게 내밀었다. "너는? 너 먹을 거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활짝 핀 손바닥을 들어 올린다. 어서 가져가란다.

말랑한 녀석이 내민 하얀 말랑카우라니... 이 날 지나가던 구름이 내 손에 잡힌 것 마냥 또 한 번 기분이 좋다.

"고마워. 또 보자!" 인사를 나누고 조금 올라서고 보니 금세 정상이다! 한라산과도 하이파이브!

맑은 하늘 구름 아래 운 좋게도 아직 물이 차 있는 백록담을 마주했다. 한참을 바라보는데 아까 그 두 아이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뜸 들이다가 수줍게 한마디를 건넸다. "같이 사진 찍어요." "어~ 나랑?(왜 나랑?)" "그래 뭐.. 찍자!" 대답을 마치자마자 미리 부탁한 것도 아닌데 분위기상 옆에 있던 홍콩에서 온 중국계 영국 분이 흔쾌히 찍어주시겠다며 폰을 건네받았다. 그렇게 무슨 인연인지 함께 사진을 찍고 물었다. "그런데 사진 어떻게 주지? 너희 낯선 사람한테 번호 주면 안 되잖아." 거기까지 생각해두지 않았었는지 갑자기 당황하며 고민하는 아이들~~ 잠깐의 침묵을 깨고 한 아이가 말했다. "그냥 제 번호 알려드릴게요." 옆에 아이는 "아니 그럼 그냥 제 번호로 하세요." 하며 자기 폰을 내밀었다.

교육받은 게 있어서 경계하다가 어느새 무장해제되어 서로 번호를 주려는 모습이 배낭에서 견과류가 나오면 무장해제 되는 속리산 다람쥐들 마냥 너무 귀여웠다. 이 날의 사진을 두 아이에 내어주고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저희 이제 갈게요." "응 잘가~" 이렇게 6번인가 인사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내려갔다.

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순수함은 늘 배우고 싶다. 친구가 되면 값없이 주고 싶어 하고 좋으면 무엇이든 바라지 않고 나누는 마음이 순수한 자연과 닮았다고 할까. 그 나이 때에 빛나는 때 묻지 않은 인성과 순수함을 만나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뭐든 배우고 싶으면 가까이 가야 한다. 산과 자연은 인생에게 아주 좋은 스승이고 그래서인지 나는 늘 산을 가까이하게 된다. 산에서 배우는 게 참 많다. 도인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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