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될 것이 있다. 바로 상품을 주문하는 일이다. 상품을 주문하는 일을 발주라고 하는데, 편의점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가령 발주를 적게 넣어서 상품이 부족하면 그만큼 판매를 못해 손해를 볼 수 있고, 너무 많이 주문을 하면 재고로 남아 손실을 볼 수 있다. 편의점은 다품목 소량판매를 우선으로 한다. 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만큼 적정재고를 유지하는 것은 판매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발주를 하고, 발주를 통해 점포의 어떤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얘기해 보겠다.
1. 플랜 B를 생각해서 발주하라.
나는 발주를 넣을 때 안 팔렸을 때를 염두해 놓고 주문을 한다. 만약 모든 상품이 잘 팔린다면 발주 걱정을 안 할 것이다. 어차피 시켜놓으면 잘 나갈 것이기 때문에 맘껏 주문을 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상품이 다 잘 팔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 상품이 잘 팔릴까?’ ‘안 팔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으로 대부분 주문을 망설이고 소극적인 발주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상품이 안 팔리면 어떻게 처리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안 팔렸을 때를 미리 염두해 놓고 물건을 주문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발주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여기서 상품이 팔리지 않았을 때 처리했던 내 플랜 B를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①상품의 위치를 바꾼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팔리지 않는 상품은 가장 눈에 띄기 좋은 위치로 옮긴다. ex) 매대에 정중앙, 카운터 앞, 출입문 정면 매대, 행사전용매대
②할인판매를 한다. 안 팔려서 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하는 게 낫다. 적극적으로 할인판매를 한다.
③중고마켓 혹은 지인 판매. 이 방법은 일반상품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이벤트성 상품에는 적용하기가 쉽다. 예를 들면 칠성사이다와 타미야가 콜라보 한 상품이 있었다. 타미야 한정판 미니카에 음료를 끼워 팔던 상품이었는데, 판매가 될 것 같긴 한데 얼마나 판매가 될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때 안 팔리면 주변 지인들한테라도 팔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주문할 수 있는 만큼 주문하고 남은 건 지인들한테 판매했다. 또 한 가지는 여름철에 굉장히 매력적인 맥주 행사를 했는데 한 박스 12개씩 든 맥주를 50박스 주문해서 못 팔고 남은 맥주를 지인들한테 판매했던 적이 있다.
또 한 가지를 더 들자면 BTS교통카드가 대박을 친적이 있었다. 그 후에 BTS교통카드가 한 번 더 출시됐는데 또 잘 나가겠지 하며 발주를 많이 했다. 그런데 카드가 하나도 나가지 않았다. 남은 재고를 중고마켓에 올려 원금은 회수한 적이 있다.
④안 나가는 상품은 본사 담당자에게 옮겨달라고 얘기한다. 우리 편의점에서 안 팔린다고 다른 편의점에서도 안 팔리는 것은 아니다. 상권에 따라 분명 잘 팔리고 안 팔리는 상품이 있다. 본사 담당자와 항상 관계를 잘 유지해서 안 나가는 상품들은 다른 점포로 옮겨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점포 내에서 판매가 안 됐을 때 다른 방법으로 판매할 방법이 있다면 발주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플랜 B가 있다면 발주를 조금은 덜 망설이게 된다.
2. 항상 일정하게 발주량을 유지한다.
상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대체적으로 긴 상품은 상관이 없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들은 발주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 대표적으로 신선식품(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 김밥, 삼각김밥)이 있다. 신선식품은 대체로 유통기한이 1~3일이기 때문에 폐기가 많이 난다.
폐기는 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떤 날은 많이 나가고, 어떤 날은 하나도 나가지 않아서 다 버릴 때가 있다. 판매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주량 조절이 어렵다.
한 때 신선식품에 판매 패턴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날씨, 요일, 전일/전주 판매량을 막 비교해서 발주량 조절을 해봤다. 결론은 대실패였다. 오픈 초창기 비 오는 날 도시락이 엄청 많이 판매된 적이 있다. 그래서 비 오는 날만 기다렸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소식을 듣고 발주량을 엄청 늘렸다. 전부다 폐기가 난적이 있다. 또 하루는 김밥이 너무 많이 팔려서 다음날 김밤 발주량을 늘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 팔려서 폐기가 많이 났다. 그래서 다음날은 발주량을 줄였다. 그랬더니 다음날은 김밥이 잘 팔려서 판매할 김밥이 부족하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발주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 안에서 폐기 날 것을 생각하고 물건을 주문한다. 당연히 주문량과 판매량이 딱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다.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하면서 발주를 넣어야 한다.
3. 싸게 사서 이익률 높이기
모든 장사가 그렇듯 쌀 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 편의점 상품은 원가가 자주 바뀐다. 보통 1+1, 2+1 행사를 할 때 원가가 낮아진다. 원가가 저렴한 상품을 많이 주문하면 이익률을 많이 높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편의점에 운영방식을 소개하자면, 편의점은 본사에서 가맹점에게 원가 그대로 상품을 제공한다. 가맹점은 상품에 마진을 붙여 고객에게 판매를 하고, 마진금액을 본사와 가맹이 계약된 수수료 비율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때문에 같은 1000만 원을 팔아도 이익률에 따라 나한테 들어오는 금액이 달라진다.
그래서 원가가 쌀 때 미리 물건을 확보하는 게 이익률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익률이 0.1% 높아도 내가 정산받는 금액은 확연히 달라진다.
4. 신상품, 1+1, 2+1 행사상품 적극적인 발주
나는 편의점을 판매대행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사에 만들어낸 상품을 편의점 가맹주들이 대신 판매해 주는 방식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옆에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상품의 품질, 가격 모든 게 다 똑같다. 때문에 다른 편의점과 특별한 차별점을 두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 차별점을 둬야 하는데 나는 그것이 신상품, 1+1, 2+1 행사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이런 신상품이 나왔다고 하는데 여기는 없나? “
”저쪽 편의점은 1+1 2+1 상품들이 많던데 여기는 없네? “
손님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때문에 신상품과 행사상품은 무조건 많이 많이 발주를 넣어야 한다. 간혹 행사상품을 판매하면 내가 손해 본다라고 생각하는 점주님들이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다. 행사상품은 원가가 많이 할인되기 때문에 이익률이 좋다. 어차피 100원 떼기 장사를 하는 소매점 입장에서는 무조건 많이 파는 게 이익이다. 신상품에 경우는 안 팔렸을 때 플랜 B를 생각하면서 행사상품과 함께 적극 도입하면 점포 차별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뒤로 밑지면 장사는 돈 못 벌어 “
20년간 식당을 해온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했던 말이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률 낮은 것만 주문해서 팔고, 발주량 조절 못해서 유통기한 임박한 재고가 창고에 가득 쌓이고, 차별화된 상품도 없이 기존의 제품만 팔고 있다면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의 시작은 발주이기 때문에 발주의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