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은행 #완자 #절만 #사찰표시 #역만자 #번개문양
어느날 TV를 보고 있었는데 ’미연방준비은행(FRB)‘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뉴스가 나왔다. 대출이자가 3%에서 6% ~ 8%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제롬‘ 의장 뒤에 카메라 맨이 있다. 그가 서 있는 문 양쪽에 좌완(卍)자와 우완자(卐)가 금장으로 장식돼 있다. 왼쪽은 불교 문양으로 알고 있고 오른쪽은 나치의 상징으로 금기시 되고 있다.
미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건물은 삼각형 지붕에 기둥이 세워져 있다. 그 주변 일대는 동일한 건축 양식으로 정부 부처들이 몰려 있다. 신기해서 찾아보니 행정부, 입법부, 농무부 건물 안팎으로 이런 ’완자무늬‘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은 1789년에 연방정부가 세워지고 그 이전에는 행정부나 국가원수가 없던 나라이다. 연방은행은 1917년 에 은행들 연합으로 세워졌다. 사찰 문양이 가득한 곳에서 미국 대통령이 성경책에 손을 올려 놓고 하느님께 선서를 한다. 좌와 우로 짝을 이룬 이런 문양은 우리나라에서 '하수구 맨홀 뚜껑'과 시청 건물 철조망 전통 공예품, 예단 옷감, 돗자리 꾸밈에서 쓰인다.
1901년 당선된 루즈벨트도 '완자무늬가 있는 연단'에서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1918년 민족자결주의를 외친 윌슨 대통령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가 서 있는 연단에는 완(卍)자와 토지 전(田)자가 교차해 있다. 지금은 전(田)자가 없고 네모로(ㅁ) 바뀐 건축물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전(田)은 황무지를 정(井)자 모양으로 개간해 아홉 구역으로 나눈 것이다. 그곳에 오곡을 심고 다섯 가(家)에게 배당한다. 한 가구당 인구가 30명~40명이었다. 1개의 전(田)은 150명~200명이 경작하는 셈이다. 전(田)의 가운데 땅은 국가에 내는 세금을 소출하는 공동 경작지로 흔히 알고 있는 '대동법'이다. 완(卍)과 전(田)은 한자음을 빌어 음차해 보면 ’완전‘이다. 완벽한 세상, 대지에 바람개비 모양의 완자가 뱅글뱅글 돈다. 수레바퀴처럼 힘차게 돌아간다. 그들은 어떤 의미로 완(卍)과 전(田)자를 양각해 놨을까?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에 두 아이의 아빠 제이(Jay)가 산다. 그는 노래하고 피아노도 치면서 유튜브를 한다. 그도 나처럼 이상했나 보다. 자기네 동네에 오래된 법원 건물을 촬영해 인스타에 올렸다. 1903년도에 지어진 그곳은 1970년도까지 사용했다. 건물 입구에는 조금 조악해 보이는 ’드래곤’이 있다. 그는 법원 문을 열기 전 바닥에 깔린 타일을 보여줬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얀 바탕에 완(卍)자 일정한 간격으로 있다. 바깥 테두리에 오(ㅗ)자와 우(ㅜ)자가 상하로 맞물린 아문(亞汶)이 호위하듯 둘렀다. 아문은 우리나라 돗자리나 수건, 근조깃발, 혼례용품 테두리 장식으로 흔히 볼 수 있다. 그가 올린 영상에 댓글이 달렸다.
하는 반응의 공감글이 있었다. 응 내가 알려줄게~
길을 걷다보면 Police가 쓰인 하수구 맨홀 뚜껑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도 좌완과 우완이 짝을 이뤄 장식돼 있다. 처음에 주물을 만들었을때 누군가 이 문양을 디자인 했을텐데 내가 사는 고양시 시청 건물 담벼락 철조망에도 있다.
재미가 생겨 계속 찾아보니 내가 받은 폐물함 비단 무늬뿐 아니라 동네산 꼭대기에 있는 정자 난간등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 백악관과 연방정부 건물들이 얼마나 큰가. 대륙에서 권위있게 쓰는 무늬를 심드렁하게 하수구에 쓰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좌완자 말고 오른쪽으로 도는 우완은 조선왕의 투구와 세종대왕의 익선관 가운데 장식돼 있다. 망할 히틀러, 남의 나라 임금의 상징을 차용해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이런 투구는 해외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데 몇 백점이 넘는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선왕의 투구는 용 두 마리가 우완(卐)을 응시하고 있다. 그 밑에 봉황이 날고 있다. 투구 양 옆에는 파랑색 공작새 장식이 달려 있다. 머리 꼭대기는 붉은색 비단실이 늘어뜨려 있다. 이 '홍실상모 투구'는 여러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 황제를 상징하는 5개의 발톱을 가진 용 두마리가 여의주를 두고 입을 벌린채 마주보고 있다. 그 아래 신라인들의 시조인 '소호금천'을 나타내는 봉황 두마리가 마주보고 있다.
이런 투구들은 정작 우리나라 박물관에서는 보기 어렵고 러시아, 일본, 독일, 미국 박물관에 산재해 있다. 조선후기 충청도 병마절도사 이봉상이 썼던 투구는 도쿄 국립박물관에 있다. 투구 중앙에 완(卍)자가 새겨져 있고 용의 발톱이 3개가 있다. 그 아래 성씨 리(李)를 상징하는 복숭아문(이화문)이 장식돼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도 있다니 반환 운동이 성사되길 바래본다.
하늘에는 ‘북극성’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다. 별들은 그것을 중심으로 둥글게 돌아간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은 그 별을 쳐다보며 오른쪽 시계 방향으로 돈다. 중국인들은 이 모양을 형상화한게 우완(卐) 또는 역완자라고 본다.
북두칠성이 남자의 상징이면 짝이 되는 여자는 '남두육성'이다. 북두칠성처럼 생겼는데 6개의 별이 국자 모양으로 이뤄져 있다. 삼신 할머니가 주관하고 계신 별이다. 이 별은 사람들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을 관장한다.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이 바둑을 둬서 사람들의 수명을 의논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기상청이 없던 옛 사람들은 남두육성이 물기운을 담당해 6월말 하지에 동쪽에서 뜰 때 이 별의 상태를 보고 가뭄을 예측했다. 남두육성은 하늘의 사당이기 때문에 시집온 맏며느리가 제사 지낼때 첫번째로 잔을 올려 절을 드린다. 남자가 먼저 올리는 것은 조상께 오늘 어떤 제사를 드립니다 하고 고할 때이다. 시집와서 1년에 3번 제사 준비를 하는데 앞으로 내가 먼저 잔을 올릴까 싶다.
충청도 병마절도사 이봉상의 투구는 좌완을 사용하고 세종대왕은 우완을 사용한 걸 보면 왕과 신하가 등을 맞대고 악을 물리치며 백성을 보살핀다는 정신을 담았다는 아(亞)문이 떠오른다. 동과 서, 왕과 신하, 남자와 여자,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하늘과 땅처럼 짝을 이룬 모든 것들의 정신을 문자와 문양으로 새겨 패치하고 꾸민걸 보면 덕질 수준이 하이레벨이다. 모 아니면 도다.
이쯤에서 완자의 원조는 누구인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다. 우리나라 판소리 부르는 방법중에 ’완자걸이(卍, 卐)‘와 ’완자 거리(卍, 卐)‘가 있다. 판소리 명창마다 해석이 다양하지만 완자걸이는 완자창의 완자문과 같이 소리가 ’이리저리 각을 짜는 것‘이라고 했다. 완자 거리는 말을 밀고 당기고 하는 표시로 교대적으로 붙임이다. 완자 모양을 생각하며 소리를 꺾었다가 밀었다가 당겼다가 붙였다가 하는게 판소리의 묘미다. 좌로 우로 각 지듯 하는 것이다.
춤에도 있다. 주가 되는 발을 옮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승무에도 있다. ’완자걸음‘을 어떻게 하느냐의 따라 춤사위가 다르다. 팔을 길게 늘여 추는 승무춤은 ’완자 모양’으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운이 뻗어 나가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전통 무용가 '국수호 선생'의 완자걸이 춤은 인터넷 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느리게 꺽어나가고 부드러우면서 몽환적인 자태는 신묘한 기분이 든다. 이 춤은 왕들이 조상을 생각하며 은택을 베풀어 기원하던 것이라고 하니 아무나 췄던 것은 아니다.
완자를 생각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장단을 맞춘다. 하늘의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을 생각하며 낳아주고 길러주신 ’하눌님과 하나님‘께 치성 드린다. 완자 투구를 쓰고 완자 옷을 입고 완자 혁대를 하고 완자 악세사리를 하고 완자 돗자리에 앉아 완자 떡을 먹으며 완자 모양의 창살을 바라본다. 해가 지고 날이 바뀌고 계절이 변한다. 전라도에 몇 안되는 대나무 공예를 하는 인간 문화재가 있다. 다 자란 대나무를 종이처럼 찢어서 염색을 하고 좌우 완자가 마주보고 등을 대고 있는 무늬를 가로 세로 엮어 만든다.
완자 무늬로 만든 패물함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신랑이 신부측에 패물을 보내는 겉 면에 장식돼 삼신할머니와 북두칠성의 호위를 받으며 건강하고 무탈하게 자식 낳고 오래 오래 살라는 것일까. 외국 사신들에게 보내는 돗자리, 공예품 무늬로 더 이상의 다른 문양이 없다. 보고 듣고 먹고 입고 놀고 춤추는 완자의 나라. 이 정도면 완전, 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