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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r 09. 2024

말을 전하는 목걸이

일상상상 S#2.



S#1. 2024년 오클랜드


쇼핑몰의 평일 아침은 언제나 조용하다. 다들 직장으로, 학교로, 그들만의 길을 걸어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산한 오전을 보낼 것이라 예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상은 빗나갔다.


매장에 들어선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신중하게 목걸이를 고르고 있었다. 거울 앞에 마주 선 자신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착용해 본다.


저요! 저를 골라주세요! 제가 더 예뻐요!’ 손을 번쩍 들고 외치는 목걸이들 가운데 겨우 하나를 골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매장을 나섰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한 커플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내 앞을 지나간다. 행복한 미소를 띠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까 목걸이를 산 그녀다!


'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지.' 갑자기 그녀의 아침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날의 한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S#2.  2012년 서울


귀걸이를 좋아하는 나는 목걸이는 잘하지 않는다. 귀, 목, 손 모두 주얼리를 착용하면 너무 화려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도 목걸이가 하나 있다.


그날은, 아니 그 회사를 다닐 때는 하루 14시간을 기본으로 일했다. 회사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는 것이 너무 익숙했고, 칼퇴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그런 때였다.


그런 나에게 생일이라며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쳐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는 나를 데리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리고 프러포즈를 했다.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전해준 메뉴보드에 새겨진 편지, 그리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목걸이.  아무것도 상상 못 했던 프러포즈에 눈물을 흘리며 대답을 했고, 그는 나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그날의 그 목걸이는 ‘사랑해.’라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그와 같이 외출할 때 종종 그 목걸이를 착용한다.



S#3. 2024년 오클랜드


그녀도 그 작은 목걸이 하나에 기분이 좋았겠지? 예쁘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도 생겼을지 몰라. 그 남자는 그녀의 새 목걸이를 눈치챘을까? 당신에게는 언제나 예쁘게 보이고 싶어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라고 말하고 있는 그 새 목걸이를 말이다.


내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매만지자 그날, 그날의 나처럼 부끄러우면서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커다란 문을 향해 걸어가는 커플의 뒷모습에 따뜻한 햇살이 비치며 달콤한 사랑의 향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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