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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r 30. 2024

첫 캠핑, 상상 vs 현실

과연 한 번으로 끝날 것인가, 계속될 것인가



S#1. 2024년 오클랜드


가을의 뉴질랜드는 부활절 연휴(Ester Holiday)를 앞두고 있다. 회사는 3일, 학교는 5일을 쉬기에 지인 가족들과 캠핑 사이트를 예약했다.


우리 가족의 첫 캠핑


사실 나는 캠핑이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 날이 추운데 왜 텐트에서 자야 하며, 그 많고 많은 짐을 왜 이고 지고 다녀야 하는 것인가. 자꾸 이삿짐 싸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텐트, 이불, 난로, 음식, 주방도구, 세면도구, 옷…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친화적인 나라에 살며 캠핑 한번 안 하는 것은 인간미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S#2. 상상 속 캠핑


날이 좀 쌀쌀해도 캠핑은 분위기가 중요한 거 아닌가? 일단 텐트 내부를 은은하게 비춰줄 예쁜 조명과 따뜻한 난로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타프 밑으로는 예쁜 가렌더가 걸려있다.


이른 아침, 텐트 밖으로 나오면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따뜻한 태양 빛이 몸을 따뜻하게 비춘다. 잔디의 향내음과 새소리가 귀 끝을 간질인다.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놀고, 따뜻하게 갓 구운 빵을 한입 베어문다. 향긋한 풍미를 풍기는 커피 한잔이 내 손에 들려있다.


배부른 아이들은 수영장에 달려가 시간을 보내고,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나는 햇살 밑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른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모여 바비큐를 준비한다. 자글자글 구워지는 삼겹살과 야채들, 맥주 한잔에 몸이 풀어진다.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추억을 물들인다.



S#3. 로토루아. 현실 속 캠핑


출발 아침,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아침 기온이 낮아졌으니 따뜻한 옷을 챙겨 오라는 메시지가 계속 울린다. 마지막 짐을 챙기는 손이 자꾸 머뭇거린다. ‘가지… 말까?’


이미 아침 일찍 출발한 차량들이 고속도로에 많아지면서 도착 시간이 늘어난다. 잠깐 들른 휴게소 화장실에 늘어선 줄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그래도 잘 도착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조금씩 쌀쌀해진다. 가져온 히터와 전기매트를 켜려고 하는데 메인 전기선이 없다.?! 응?!

전기 연장선은 가져왔는데 메인 전기코드가 없다. 캠프 오피스는 이미 문을 닫았고, 전기코드를 파는 곳은 휴일이라 문을 닫았다.


옆집 텐트에 전기 연장선을 끼워 전기를 빌려보지만 전압이 낮아 두 텐트 모두 전기가 꺼진다. 할 수 없이 전기를 다시 돌려주고, 옷을 껴입기 시작했다.


최대한 입을 수 있는 만큼 옷을 입고, 양말 두 겹을 신은 후 후드의 모자까지 뒤집어쓴 다음에야 잠자리에 누웠다. 핸드폰의 기온이 5도를 가리킨다. 코 끝이 시리고, 공기가 차갑다. 그냥 밖에서 자는 느낌이다.


눈은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차의 시동을 켜고 차박을 할까, 공용키친에 가서 잘까,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뒤척거리다가 이불 밖으로 나온 시간은 5:30 AM.


아직 먹물이 물들어있듯 컴컴한 밤하늘에 별 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별 빛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경험도 생각보다 재미있네. 그런데 메인 코드는 오늘 꼭 사야겠다.’


그렇게 나는 상상과 180도 상반된 현실을 몸소 겪으며 첫 캠핑을 마쳤다. 이처럼 인생은 어차피 상상과 다르니 좋게 상상하고 실망할 필요도, 안 좋게 상상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언제나 그때그때 맞춰 재미있게 살아보는 거다. 또 인생의 한 부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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