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Sep 14. 2024

아이들을 포섭하라!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주는 거야.


요일별, 시간대별 고객층의 다양함



같은 장소에 서 있다 보면 시간과 요일에 따라 찾아오는 고객의 연령층이 다르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평일 오전 시간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과 주부들이 몰을 찾는다. 

어르신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한가한 시간대를 좋아하시고, 주부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날씨의 영향 없이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에는 직장인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쇼핑하는 비중이 높다. 직업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3:00 pm - 7:00 pm 사이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때문에 저녁시간 활용도가 높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경우 목요일과 금요일의 몰은 9:00 am - 9:00 pm까지 영업한다. (평일기준 9:00 am - 7:00 pm)

아무래도 주말은 사람이 가장 많다. 

10대 후반, 20대 초중반의 젊은 친구들이나 커플들을 비롯해 가족, 단체 그룹등 몰이 북적인다. 주말 매출이 언제나 높은 것은 당연하다.




주부들과 함께 오는 다양한 아이들



평일 오전의 주부들은 주로 유모차와 함께 입장한다. 유모차 안의 아이들은 잠들어있거나, 무엇인가를 먹고 있거나, 핸드폰 유튭을 시청한다. 


유모차를 밀고 들어오는 주부들이 있으면 그때부터 나의 타깃은 주부가 아니라 유모차 안의 아이가 된다. 아이가 엄마의 쇼핑에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따라 구매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통 3가지 상황으로 나의 행동이 달라진다. 


#상황 1.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아이가 자고 있으면 상황이 좀 낫다. 주부인 고객만 응대하면 된다.

“아이가 곤히 잘 때가 유일한 쇼핑시간이죠?”

나는 알고 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짧고, 소중한지를... 경험을 담은 스몰토크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은 신중하게 디자인을 보거나 고르는 대신 편의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구매하고 간다. 그때가 아니면 진정으로 쇼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 2. [아이가 깨어 있을 때]

아이가 말똥말똥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들어오는 경우에는 아이에게 먼저 인사한다. 이때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은 톤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Hello~” 인사만 해도 웃으며 받아주는 아이에게는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한다 (타인이 아이를 터치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문화도 있으니 조심하자).  나를 수줍어하며 피하는 아이도 있다. 그럴 땐 다가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방긋 웃어주기만 한다. 


문제는, # 상황 3. [아이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이다.

배가 고프거나 졸음의 이유로 짜증이 잔뜩 나있다. 인사도 안 받아주고, 웃지도 않는다. 엄마에게 매달리며 짜증을 내면 엄마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고 매장을 나간다. 그렇게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분이 좋지 않은 아이를 보면 시간을 좀 두었다가 선물 포장용 '스티커' 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네본다.


"이거 봐. 나 스티커 있어~너 스티커 좋아해? 내가 이거 줄까?" 

보통 그러면 조용히 스티커를 바라보거나 손을 내민다. 그럴 때 스티커를 쥐어주기도 하고, 떼서 손등에 살짝 붙여주기도 한다. 

"이거 봐. 색깔 예쁘지? 너는 무슨 색깔 좋아해?"

시간을 끌기 위한 소소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는 사이 엄마는 매장을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내 경험상 아이들은 커다란 리액션을 좋아한다. 

"정말?!, 진~~~ 짜 멋지다." "너~~~ 무 예쁘다. 꼭 공주 같아." "나도 그 색깔 정~~~ 말 좋아해.", "이것 봐바. 이 곰돌이 목걸이 팔이 움직여!"

그러면 경계심을 푼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하고, 우리는 짧게나마 수다를 떤다. 아이들의 엉뚱한 문장과 창의적인 생각, 순수한 표정을 보다 보면 나도 웃고, 고객인 엄마도 웃으며 좋아한다. 


물론, 말 거는 것도, 다가오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기분도 안 좋은데 이 아줌마는 또 누구야?!'라는 눈빛을 보내며 경계한다. 그럴 때는 아이에게 말을 걸지도, 눈빛을 보내지도 않는다. 괜히 섣불리 말 걸면 엄마가 아이를 대변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유튭을 보거나 무엇인가를 먹으며 집중하고 있을 때 역시 방해하지 않는다. 


'엄마와 함께 오는 아이들을 위해 풍선 강아지나 꽃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이벤트를 한다고 몰 앞에서 풍선을 만들어주는 피에로와 몰려드는 아이들을 보고 생각을 바로 접었다. 소수의 아이들은 커버가 가능하지만 다수가 몰리면 내 능력 밖의 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귀여운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 쉽지는 않지만 해볼 만하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고, 아이들은 진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모두 알지 않은가? 아이는 아이 존재만으로 사랑스럽다는 것을.



너네가 짜증 내도 귀여우니까 봐주는 거야! 응?


이전 10화 공감과 유머는 언제나 정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