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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ug 03. 2023

여행책이 말해주지 않는 비밀

뉴질랜드의 단점들


여행책은 말해주지 않은

내가 이곳에 살면서 발견한 몇 가지 비밀(단점)을 말해볼까 한다.


집, 재건축 안 하나요?


지은 지 몇 백 년이 된 오래된 집이나 건물들이 많다. 물론 집을 구매해서 내부를 리모델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행자나 유학생, 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최근 들어서는 현대식 주택들이 많이 지어지기도 하는데, 빨간 머리 앤 그림책에 나올법한 오래된 주택 집들이 대 다수이다. 이런 집들은 창 틀이 벌어져 바람이 들어오기도 하고, 틈이 생기기도 하며, 조금만 습해도 곰팡이가 생긴다.

내가 뉴질랜드 와서 제일 놀랐던 점은 집 현관문이 한국의 방 문 같다는 점이었다. 한국처럼 두껍고, 튼튼한 철문이 아닌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대부분이다. 내가 살았던 첫 집은 열쇠구멍도 하나였는데 보안에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벌레와 동거 중


집이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바로 앞에 가든이 펼쳐져 있으니, 잔디를 주기별로 자르지 않거나 창문을 열어두면 집에 벌레들이 들어와 축제를 벌인다. 우리 집에는 지금껏 개미떼, 도마뱀, 바퀴벌레, 벼룩, 모기 등이 방문했다. 

도마뱀은 작지만 어찌나 빠른지 몰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여름날에는 창문으로 참새 한 마리가 거실에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정말 기겁을 하며 밖으로 몰아냈던 기억이 있다. 벌레와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힘든 경험이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등장한 벼룩한테 물려서 bomb(자동 스프레이 형태로 뿌려지는 벌레약)을 터트리고, 약도 뿌리며 벼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23년에 벼룩이라니! 며칠째 구시렁거리며 이불 빨래 중이다.

 


남편이 퇴근길에 사온 Flea bomb(좌), 약에 표시된 해충들. 이렇게나 많다니! 모두 만나지 않길(우)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


새로운 변화보다 기존 그대로의 것을 좋아한다. 건물도, 가구도, 가전도.

그래서일까? 이곳은 유행도 없고, 물건도 고장 날 때까지 사용한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버리는 일이 거의 없다. 고장 난 것도 고쳐서 쓴다. 그렇게 쓰다가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마켓에 올린다 '이게 고장 났는데 혹시 고쳐서 쓸 사람?'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한국의 급변하는 문화에 익숙한 나는 마켓에 올라온 오래된 물건에 놀라기도 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용하고, 넓은 땅에 살아서일까? 언제나 여유 넘치고 오래 걸린다.

앞에 차가 파란불인데도 안 가고 서있다면, 한동안 기다린다. 웬만해서는 클락션을 누르지 않는다. 한 번은 그 신호에 못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 분위기에서 나만 화를 내고 있더라.


택배는 보통 3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리는 듯하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택배 배송을 시켰던 제품은 아기 샴푸캡이었다. 로켓배송에 익숙해있던 나인데 일주일이 지나도 제품이 오지 않았다. 이주일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배송 확인을 위해 회사에 메일을 보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곧 배송될 거라고 했지만 그로부터 이주 후에나 받았던 기억이 난다. 피싱사이트였나 싶어 포기하고 잊고 잊어버릴 때쯤 도착했다.


건물이나 도로 공사도 시작되면 꽤 오래 걸리며, 커피 주문 후 20~30분이 넘도록 커피가 안 나오면 그때서야 주문을 확인해 달라고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온 나에게 너무 낯선 경험들이지만, 그것을 겪으면서 배우기도 하고 경험치가 쌓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 사람과 키위 그 중간 어딘가에서 적응해 가며 살아가고 있다. 물과 땅을 오가는 양서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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