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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Jul 21. 2023

보일러 없는 겨울에서 살어리랏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뉴질랜드의 겨울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뜻한 봄을 제일 좋아한다. 가장 큰 이유는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근육도, 살도 많이 없는 말라깽이었다. 그래서 더 추위를 타는지도 모르겠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이곳은 6월부터 8월까지의 겨울 낮 평균기온이 10~16도 정도, 밤 평균기온이 1~5도 정도이다. 기온만 보면 그다지 춥지 않을 것 같지만,


이곳에는 없었다.
당연한 듯 켜고 살았던

보. 일. 러


내가 느낀 뉴질랜드 겨울은 한국의 10월, 11월 즈음 스산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 어디쯤 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의 온도에 보일러 없이 나무나 보드, 벽돌로 만들어진 집이라 외풍이 심하다. 또, 한국 아파트처럼 집들이 붙어있는 게 아닌, 각자 떨어진 하우스들이라 바람도 쌩쌩 잘 불어온다. 


내가 처음 뉴질랜드 도착했을 때가 11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집 안 밤공기가 너무 차가워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잤던 기억이 난다.


군대 가면 야외취침이 이런 느낌일까? 패딩을 입고 잘까?

한 겨울 주차빌딩에서 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며 안내해 준 비닐천막의 대기공간… 바람은 불지 않지만 그런 스산한 추움.



또 뉴질랜드의 겨울은 1년 중에 비가 가장 많이 오고, 바람도 세기 때문에 키위들은 보통 우비나 모자 달린 점퍼를 가장 많이 입는다. 그 말인즉슨 우산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뒤집어지거나 날아가는 등, 우산이 의미 없기 때문이다.


둘째가 어렸을 적엔 이 겨울이 더 싫었더랬다. 첫째 유치원 픽업 시간을 앞두고, 둘째를 안고 우산을 쓸 것인가? 유모차로 밀며 우산을 쓸 것인가? 차에 앉아 고민을 했었으니까.


2018  유치원 앞



그렇게 춥고, 고생스럽던 겨울이 어느샌가 익숙해져 간다.

우산도, 모자도 안 쓰고 비 맞으며 아이들 챙기는 것은 기본이 됐고, 집안 곳곳에 나를 위한 사이즈별 히터가 마련됐다. 여름밤에 마시던 맥주 대신 와인이나 따뜻한 티를 마신다. 무엇보다도 침대 위에 놓인 방한용 텐트가 어릴 적 꿈꿔왔던 공주침대의 커튼 같아서 나름 좋기도 하다.


뉴질랜드를 방문해 보고 싶다면, 겨울보다는 여름(12월~2월)을 추천한다. 햇빛에 비취는 자연도 예쁘고, 할 수 있는 액티비티도 많다.



21. Jul. 2023 8: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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