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가벼움
작가라는 명칭이 생기고 나서 무엇을 적을까에 대해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가벼운 작가가 되고 싶었다.
쫓기듯 출근하는 아침, 정신없이 흘러가는 반복된 일상, 육아와 일의 경계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삶을 살아본 한 사람으로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글로 전해주고 싶었다. 뉴질랜드라는 소재를 핑계 삼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내가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과 그림만을 첨부해 내 글들을 완성했다.
혹자는 블로그 같은 형식의 글을 적는 것이 어떻게 작가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처럼 진지하고, 전문적인 글을 쓰는 작가도 있고, 나처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같이 가볍고, 솔직한 일상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도 있다. 글을 읽는 많은 수의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들은 모두 다를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굳이 이 책을 골랐다면, 이민에 관심이 있는 젊은 부부라던지, 유학에 관심 있는 초. 중학생 엄마라던지, 어쩌면 삶에 지쳐 조용한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독자가 아닐까 싶다. 그게 누구든, 나는 그들에게 정보와 현실에 숨겨진 위로와 공감을 주고 싶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동경도 결국엔 똑같은 일상이라는 것.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가 꽃자리라는 것. 그래도 혹시나 일상에 지쳐 해외로 나오게 된다면 나처럼 허둥지둥거리지 말고 웃으며 잘 지내보라는 것. 그런 마음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전하고 싶었다.
어리석은지 몰라도 나는 그런 마음 다 겪어보고, 상처 입고서야 알게 됐으니까.
아주 가끔은 세상 진지한 모드로 글 쓰는 날도 있겠지만, 내 글을 응원해 주는 독자를 위해 나는 앞으로도 가볍게 위로 조금, 감동 조금, 웃음 조금 담아 글을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