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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ug 24. 2023

글을 쓰다

혼자서도 둠칫둠칫 3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10년 동안 엄마로, 와이프로, 며느리로, 딸로 살았다. 무던히도 나만의 일을 찾으려고 아등바등할 때 날아온 메일 한통이 날 기쁘게 했다.


회사를 다닐 적에는 일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처럼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는데, 지금은 그 소속감이 그리워 무슨 일이든 이 한 몸 바치겠노라고 발버둥 치고 있다.


먼저 브런치의 다양한 글들을 읽어봤다. 막힘없이 술술 읽어 내려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글에 듬뿍 담긴 감정들의 맛과 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브런치’라는 이름에 딱 맞게 나는 매일 아침 커피 한잔을 내리고, 친구들을 만나는 듯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갔다.


내가 만든 아침(좌)을 먹으며 브런치를 본다. 음악이 얹어지면 내가 있는 이 곳이 카페가 된다(우)


전체 인구 중 1%라는 프로 공감러 INFJ라서 일까? 나는 상대의 표정, 무의식의 손짓, 선택한 단어, 목소리 등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데, (사실, 강제로 읽히는 것) 이것을 단어와 문장을 통해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다. 오랜만에 글에서 느껴지는 공감이 반가웠다.


이 작가님과 만난다면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
나는 이런 경험을 했었는데, 이런 것도 물어보고, 얘기해보고 싶다...
작가들끼리 만나는 모임도 있을까?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을지 온종일 생각하고, 공감한다. 어떤 날은 글 읽다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센스 있는 단어 하나에 매료되어 계속 되뇌기도 한다.


혼자서 둠칫거리며 독고다이(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홀로 행동하는 것, 또는 그러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 같은 인생을 살고자 하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많은 이 공간이 좋다.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삶의 모습들을 한 자리에 앉아서 들을 수 있는 이 공간이 참 좋다.


오래된 작가분들의 경력과는 감히 비교가 안 되는 신입 작가인 나지만, 그래도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가슴속에 쌓아두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조회수가 8000까지 오르는 일도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몰라 그저 지나갔었는데 두 번 이상 반복되다 보니 알게 됐다. 'Daum' 메인 화면이나 브런치 '에디터픽 최신글' 글이 소개된 날이면 조회수가 오르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그저 한번 읽고 지나가는 것뿐이어도 나에게는 설렘이고, 정말 작가가 된 느낌이었다. 브런치를 통해 신기한 경험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곳이 나에게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혼자서 둠칫거리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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