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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ug 31. 2023

운동을 하다

혼자서도 둠칫 둠칫  4

내 나이 마흔,


아이들을 따라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오르고, 아침마다 근육통도 생긴다. 심지어 가슴에 혹도 품고 있다. 지금처럼 마음대로 몸을 쓰다 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병간호라는 선물을 주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작했다. 재미없는 운동.


자만심과 거만함의 과거


어려서는 체육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특히나 달리기를 좋아했는데, 내가 유일하게 반에서 인정받은 것이 달리기였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체육대회를 앞두고는 계주 선수로 추천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들어서니 달릴 일이 없다. 거의 20년 동안 전력질주라는 것을 해본 기억이 없다. 마라톤도 물론이고.


다이어트로 운동을 해 본 적도 없다. 167cm의 키에 48kg. 살과 근육이 항상 '표준이하' 수준이었기 때문에 체중을 늘리면서 근육을 키워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한 손에 잡힐 듯한 얇은 손목, 몸에 비해 넓은 골반. 가느다란 허리. 다른 친구들은 날씬하다고 부러워했고, 운동을 안 해도 체력이 받쳐주는 나이였으니, 거만함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늘 높이 오르고 있었다.


체력이 곧 끈기인 현재


내 몸에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점은 출산 후부터였다. 자연 분만으로 아이 둘을 낳았는데, 출산 전의 내 몸 상태와 전혀 다른 상태가 되었다. 어릴 적 예뻐 보였던 얇은 손목은 원망의 대상이 되어 손목보호대 없이는 생활이 힘들었고, 아이를 업고 키우며 가느다랗던 허리는 디스크라도 온 듯 통증을 안고 살았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고, 약했다.


하지만 아이 둘을 이곳에서 독박육아하며 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니, 운동할 체력이 전혀 남지 않았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가끔 너무 답답할 때면 유모차를 밀며 걷는 정도가 다였다.


오후가 되면 몰려오는 피로감과 짜증은 연거푸 마셔대는 커피로 날려버렸다. 그러지 못한 날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몸이 지치고, 힘드니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안 되겠다.
이제는 시간이 좀 있으니,
아니, 이제는 운동 안 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
운동을 하자!
완전 운동 초보인 나를 도와줄 애플리케이션 (Nike Training)


먼저, 하루의 계획을 생각해 봤다.

예전의 나였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획을 세우고, 헬스장을 등록하고, 수영, 필라테스 등으로 며칠 하다가 타이트한 일정에 지쳐 포기했겠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안다. 내가 정말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작은 계획부터 세우고 지켜야 한다. 그렇게 작은 성공을 조금씩 이뤄가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흔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래서 내가 세운 계획은, 하루에 유산소 운동으로 30분 걷기 후 근력운동으로 운동 앱을 보고 15-30분 정도 따라 하기이다.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음악과 코치가 앱에서 함께 해주니 조금 더 재미를 첨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대는 정하지 않았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시간 될 때 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


꾸준히 정신 다지기


이곳에 살며 잡다한 생각이 참 많다. 내가 혼자서 둠칫거리며 하는 일들(페인트칠, 일러스트, 청소,,,)은 걱정과 생각을 줄여줘서 좋아하게 된 취미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생각을 없애주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인 것 같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정신 다지기.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미생 8화 중-


내 최종 목표는 탄탄한 근육을 갖는 것이다.

옷 사이로 근육이 살짝 보이고, 추위도 지금보다 적게 타고 싶다. 그리고 작고, 약한 아시안으로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체력이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짜증 내고, 남편에게 화내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미생의 대사처럼 내 고민을 충분히 견디고, 이기고,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버텨내고 싶다. 그러면 내 삶에 자신감도 더 생기고, 행복할 것 같다.


나에게 '꾸준히'는 정답이다. 8월 30일부로 바로 시작합니다. 저장 누르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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