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약을 사왔다며
손으로 얼추 바르고 빗기다
귀에 훌렁 묻혔을 때
멀쩡한 손장갑 벗어던지고 급히 닦고
까맣게 물든 손톱이 좋다는
딸에게서 사랑이 보였다
염색을 해주겠다 할 때
무슨 색으로 할지 몇 번 해봤는지는 묻지 않았다
흰 비닐 두르고 앉아 거울도 찾지 않는다
크게 흐른 염색약에 얼굴에 얼마나 묻었는지는
왜 물어보질 않고 손 버려서 어쩌냐고만 할 때
성낼줄 모르는 양반도 아닌데
사랑이 드러난다
딸의 꿈은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많이 두는 것이었고
그 아빠에게는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얼룩덜룩해진 뺨과 손톱을 두고
머리를 자를 때마다 염색하면 좋겠다하자
머리색이 예쁘니 다음에도 같은 색으로 하자며
주거니받거니
그 둘에게는 분명한 사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