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몇 년 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길음 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쳤어.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녀의 뒷모습을 알아보고 내가 먼저 달려간 거지. 그 짧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더군.
씨*년! 이 한마디 하고 도망칠까? 아니면, 그때 나한테 왜 그랬냐고 조곤조곤 따져 물어볼까? 하지만, 어이없게도 난 길을 막고 마녀님 성함인, 방**에 선생님까지 깍듯하게 붙여서 부른 뒤 꾸벅 90도 인사를 했어.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 청진이, 더 잘생겨졌네. 공부도 잘하고 있지?’
마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덕담을 몇 마디 더 건네받고 도망치듯 난 후다닥 자리를 떴어.
분하고 또 분했지만 어린 그때의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 마녀가 나와 아이들에게 자행한 그 모든 나쁜 교육의 이름으로 그녀를 법정에 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폭력을 이용해 사적인 복수를 해서도 안 된다는 걸 말이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잊지 않는 것. 그래서 언젠가 때가 되면 세상 앞에 어떤 방식으로든 증언해야 한다는 그 사실만을 가슴에 담고 분루와 함께 난 그저 돌아섰어.
이후 삼십 년이 또 훌쩍 흘렀네. 마녀는 영생하는 거니까, 아직도 어디선가 못된 주술을 부려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을까? 아니면 참회의 눈물로 셀프 구원을 받고 평안에 들어섰을까? 그마저 아니면 기억이 지워진 채 한낱 힘없고 늙은 인간의 삶으로 돌아와 쓸쓸히 사그라들고 있을까?
사실 나의 마녀가 지금 써 내려가고 있는 삶의 궤적이 뭐가 중요하겠어. 다만 나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또 말할 거야. 마녀는 결코 죽지 않았다고. 이름과 얼굴, 성별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2022년 오늘도 어디선가 우리 아이들을 나쁜 교육으로 몰아넣고 숨 막히게 조여 오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제 열두 살의 어린 내가 지녔던 분노나 수치심은 많이 옅어졌어. 하지만 소년이 아닌 어른이라는 명찰을 좀 더 당당히 달기 위해 부끄럽지만 내 모멸의 역사를 솔직히 공유하고 싶었어. 악몽 같던 나쁜 교육의 기억이 내 개인의 차원이 아닌 연대의 기억으로 더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지.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고? 그렇다면 그저 당신의 공간에서 글로든 말로든 함께 선언해 줘, 나와 너 각자의 나쁜 교육의 기억들을.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것들이 모여 마녀의 교실이 불타고 나쁜 교육이 우리들의 공동체에서 추방당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좋겠네.
그날을 위해 열심히 증언했으면 좋겠어. 우리가 경험한 나쁜 교육과 그 속의 마녀들 하나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