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인도] 2화
우리나라에서 인도로 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여행 유튜버도 많이 다녀갔고, 요즘은 인도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도 많아서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래서 인도에서 두 달 반 정도 생활할 준비를 하면서, 정보를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살게 될 인도 동북부와 인도 본토 사이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정확히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관은 인도 생활 준비가 아니라,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한 비자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국민은 인도에 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할 때 전자 비자를 받거나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 더 있다) 주재원으로 나가시는 분들이나 취업을 하신 분들은 장기 체류가 가능한 취업 비자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인턴으로 인도에 가게 되는 나에게 이 모든 비자가 해당하지 않았다. 내가 받아야 하는 비자는 따로 있었다.
이러한 비자가 존재하는지도 필요한 줄도 몰랐는데, 인도는 인턴의 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자가 따로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턴 비자는 학생 비자 (Student Visa)의 한 종류로서, 학생들이 인턴으로 일하기 위하여 인도를 방문할 때 취득하는 비자이다. 심지어 나는 인턴 기간이 한 달을 넘기기 때문에, 전자 비자로 신청할 수도 없고, 무조건 대사관을 통해서 신청해야 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순탄했느냐, 그렇지 않다. 우선, 정보가 없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인도로 인턴을 하러 갔다 온 사람이 있는가? 웬만하면 없을 것이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영어로 찾아도, 한국어로 찾아도 인턴 비자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거의 없다. 그래도 코트라를 통해서 몇 년 전에 인도 기업들로 인턴을 다녀오신 분들이 올리신 글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신청 방법이 조금씩 바뀐 것은 물론이고, 나의 상황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나도 기업이 아닌 주정부에서 일을 하고, 한국 대학이나 기관을 통해서 가는 인턴이 아니기에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겪을 상황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그래도 인도 인턴 비자를 미래에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은 꼭 쓰고 싶었다. 나도 뉴욕에 있는 인도 영사관에서 신청을 하려고 준비도 해보고, 영어로 된 자료도 읽어보고, 한국에서 정식으로 비자를 신청하면서 나름 배운 점들이 있기에 이 글이 지금 존재하는 적은 숫자의 자료들에 하나라도 더 추가가 되는 마음을 담는다.
우선, 비자 신청서를 쓰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은 인도에서 일하게 될 기관(기업/정부/NGO 등)으로부터 직접 받아야 하는 서류가 있다. 공식 초청장 (Invitation Letter), 사업자 등록증 (Proof of Registration of an Organisation), 그리고 보증동의서 (Undertaking Letter). 이 모든 서류에는 기관 담당자의 서명과 기관의 직인이 있어야 하고, 보증동의서와 공식 초청장 기관의 공식 레터헤드 (Letter Head)가 모든 페이지에 있어야 하며, 레터헤드에 기관의 주소도 적혀 있어야 한다. 모든 서류에 발행 날짜도 필요하다. 참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서류에 대한 더 정확한 지침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아래에도 첨부해 두었다.)
사실 주정부에서 인턴을 하는 나에게는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었다. 우선, “주 정부”에서 일을 하기에 정부의 사업자 등록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가 법을 통해서 생기지, 등록을 해서 만들어지지는 않지 않은가? 그래서 나름 정부 측에서 1983년에 내가 일할 부서를 처음 등록할 때 나온 증명서를 보내주었다. 물론, 그럼에도 비자 신청을 하는 당일날, 비자 접수 센터에서는 내가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노트를 적어서 대사관으로 보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비자는 문제없이 나왔다. 주로 이러한 사업자 등록증이 내가 정식 기관에서 근무하는지를 보려고 요청하는 자료임을 생각해 보면, 주 정부에서 보내준 초청장으로 이미 대사관에서 충분히 검증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모든 서류에는 자신의 여권 번호와 일할 날짜 (인턴 기간) 및 장소가 명확하게 적혀 있어야 한다. 서류를 준비할 때 읽어 본 블로그 글에서 이 부분을 워낙에 강조해서, 나 역시도 주정부 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몇 번이고 강조한 부분이었고, 학교 등에서 받은 공식 서류에도 이 내용이 동일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챙겼다. (주 정부 담당자가 정말 고생이 많았고, 짧은 시간에 준비를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또한, 나는 월급이 아니라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인턴을 하게 되었기에, 그러한 내용도 초청장과 보증동의서에 모두 적혀있어야 했고, 학교 지원금을 받는다는 레터 역시 챙겨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통장 잔액 증명서와 같은 재정 상황 증명서가 필요하다. 사실 학교 지원금 레터는 중요할까 싶어 하면서 비자 접수 센터에 챙겨간 서류 중 하나였는데, 담당자분께서 검토할 때 철저히 확인하셨다.
서류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그렇다. 빨리 준비하자. 생각보다 체크를 해야 할 것이 많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류들에 인턴십에 대한 최대한 많은 내용이 담겨있을수록 좋다. 그래서 거절당하지 않을 완벽한 서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턴 오퍼를 받고나서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서류 준비에 대한 부분은 항상 바뀔 수 있기에 헷갈리는 것이 있으면 바로 대사관에 문의하자.
서류가 얼추 정리가 된 이후의 고민은 "원본"이 필요한가였다. 인턴십 담당자에게 처음 원본을 요구했을 때, 담당자는 "정말로 보내야 하는 거야? 이거 생각보다 돈이 좀 드는데..."라고 이야기하며, 다른 외국인 인턴들은 원본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인도에서 직접 서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상의할 때도, 다른 국가로 인턴을 떠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일들이 많은데, 진짜로 원본이 필요할까에 대한 논의를 몇 번이 고는 했다. 그래도 비자 준비하면서 읽은 블로그에서 "원본"을 워낙 강조해서, 나도 담당자에게 한국은 원본을 중시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고, 담당자도 최대한 빠르게 DHL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원본은 매우 중요했다. 후술 할 비자 접수 센터에서 보니, 다른 한 신청자가 원본 서류 하나가 없어서 비자 신청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았다. 반드시 원본 서류를 챙길 수 있도록 하자.
인도에서 서류가 준비되어서 DHL을 통해서 한국으로 보내지는 동안, 나는 학교에서 재학증명서를 준비해야 했다. 재학증명서도 직인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원래 재학증명서를 외부 공식 업체를 통해서 발급을 받기에 직인이 찍힌 재학증명서는 없다. 그렇기에 대학 행정실에 따로 연락해서 직인이 있는 재학 증명 레터를 따로 받아야 했다. 물론, 여기서도 대학원의 사람들은 "진짜로 직인이 있는 재학 증명서가 필요해?"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마지막으로, 학교 소속의 한 연구소에서 연결을 해준 인턴십이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도 공식 초청장을 또 받았다. 물론, 이 모든 서류에 공식 레터헤드와 기관 담당자 서명 (및 직인)은 필수였다.
서류가 준비되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이태원에 있는 인도 비자 접수센터로 비자를 신청하러 방문하였다. 줄을 많이 섰다는 블로그 글이 있어서 오픈 시간인 9시 전에 갔는데, 내가 일 등이었고 이후에도 크게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았다. 비자 접수센터에서 서류를 확인하고, 대사관에 가서 또 확인을 받고 (인터뷰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서류만 검토했다), 다시 비자 접수센터에서 서류를 접수하면 마무리된다. 이 부분을 짧게 갈음하는 이유는, 내가 이 인도 비자 접수센터에서 비자를 신청하는 마지막 그룹이었다. 2025년 6월부터는 비자 접수센터가 아니라 대사관에서 직접 비자를 신청하기에, 신청 과정이 다소 다르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새로운 신청 과정에 대한 정보는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사실 5월 31일 출국이라서 비자를 신청하고 받을 때까지 시간이 다소 촉박하였는데, 다행히도 대사관 분들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결국 비자 접수센터가 아예 문을 닫으면서 5월 30일에 5월 28일까지 신청한 사람들의 비자 사례가 모두 처리되었다 (물론 지나가면서 들어보니 모두 비자를 성공적으로 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비자 접수센터에서도 신청서에 한 곳이라도 오류가 있거나, 서류 하나라도 문제 있으면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아서, 인턴 비자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서류를 여러 번 검토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나도 비자 신청서에 오류가 있어서 두 번인가 신청서를 당일에 다시 썼다. 방문했던 국가를 적는 칸이 신청서에 있어서 한국 (Korea)도 적었는데, 한국인은 한국을 적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신청서를 작성할 때 비자 접수를 위해 제출한 서류를 우선 온라인 파일로 제출하는데, 이 역시도 아래의 서류를 제외하면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나는 너무 오버해서 올렸다.). 다행히 나는 그날 이런 부분들을 모두 고쳐서 제시간에 제출하였지만, 여러분들은 이런 실수 없이 한 번에 신청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비자도 나왔고, 인도로의 출국만이 남았다.
글을 쓰다보니,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오늘부터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연재를 하고자 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