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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작은 거인

시 #12

by 이로

한 걸음 씩

길 없는 땅 향해 걷다

왕창 고꾸라진

작은 인간 하나 보인다


땅에 팬 자국

얼마나 세게 땅에 얼굴을 들이박았는지

핏자욱 눈물자욱이 선명한데


그런 이를 따라다니는 것은 언제나

발이 없는 자들이 내뱉는 조롱과 야유다


곧장 다시 일어난 그는

묵묵히 가던 길 홀로 가는다


지나간 자리엔

짙고 푸른 이끼가 자라는다


묵직한 들숨은

다시금 제 숨구멍에 휘몰아쳐

뜨겁고 습한 날숨으로 내뱉는다


너무도 뜨거워 그 속엔

검고 붉은 폭풍이 부는다


지칠 줄 몰라

헐거워지는 발가죽

갈라지고 재생하는 작용을 반복하며


작고 거대한 그는

기꺼이 나아간다


새로운 길이 나는다



움직이는 화랑 <비껴서기> 운영 |

코스미안뉴스 인문 칼럼니스트

브런치 작가

bkksg.com

bkksg.studio@gmail.com

_이로 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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