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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가운데 땅 그 빈자리

시 #15

by 이로

사는 일 온통 고달파

마음에 이는 고요한 파동하나 미처 알아채지 못해

그 끝에 도달하였는가


도달한 발끝 너머로 보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이 비어있는

널찍한 땅


우리가 가진 테두리 안쪽을 그대로 비워둔 채 우리

밖에서 온갖 가져다 채우고 채우며

비천한 삶에 한가득 우리를 욱여넣고 있었다


누가 그리 하자했는지 알 겨를도 없이

야속하길 이루 말할 수 없으이


가운데 그 빈 땅


텅 빈 우리 땅을 알아채기엔

이미 미천하고 비루해진 현상은

과연 누구네 비극인가


가진 전부를 내놓고 우리는

온갖 걸 치렁치렁 달고자 하는데

멈추지 못하는 허영은 여전히 갈피 없다


가운데 그 빈 땅



움직이는 화랑 <비껴서기> 운영 |

코스미안뉴스 인문 칼럼니스트

브런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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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ksg.studio@gmail.com

_이로 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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