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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11. 2019

든든한 그루터기처럼

믿음직함의 미덕

'믿음직하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스스로 안정되어 주변까지 진정시킨다.

든든한 그루터기처럼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를 보면 아슬아슬하다.

자칫하면 물에 빠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가슴 졸이는 마음의 상대편에 믿음직함이 있다.

든든하고 편안한 마음이다.


강한 비바람 속에서도 스스로 꼿꼿하게 선 나무는 믿음직스럽다.

온갖 역경을 헤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온 사람에겐 고유의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이 있다.

이때 느껴지는 심정이 바로 믿음직함이다.


대학 시절 왠지 모르게 마음을 잡아 끄는 사람을 몇 명 보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었다.

알고 보니 엄청난 시련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 온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사람을 보면서 나를 빚대어 보았다.

나름대로 여러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자부했었는데, 갑자기 부끄러웠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온실에서 살아온 것이었다.

나도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역경을 거친다고 해서 모두 다 믿음직스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둔 두 아들이 전혀 상반된 삶을 산다.

큰 아들은 아버지처럼 알코올 중독자로 살고 작은 아들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가난의 고통을 뼈저리게 겪은 두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정책을 편다.

자신이 겪었던 가난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정책은 가난한 이들에게 실제로 큰 힘이 되었다.

그는 가난을 겪으며 단단한 결심을 했던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

자신이 겪은 가난이 부끄럽고 싫었기에 그의 정책은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가난을 겪으며 원망과 분노를 마음에 심었던 것이다.

같은 가난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결심을 하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이겨내는 사람이 역경을 제대로 소화하는 사람이다.

부정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속에 품으면 독이 된다.

믿음직함은 역경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역경에 대처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금수저 출신이면서 세상의 모순과 고통에 눈뜨고 외면하지 않으면 그 고뇌도 크다.

커다란 고뇌를 소화해서 소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믿음직스럽다.

흙수저 출신이면서 출세욕에 눈이 멀어 탐욕을 부리면 속으로 열등감이 커진다.

열등감을 감추느라 온갖 술수를 쓰면서 인간성을 잃어간다.


자신의 출신을 어떻게 받아들여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출신 자체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지금 내는 마음, 하는 말과 행동이 핵심이다.

지금 이 순간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믿음직함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바른 생각, 말, 행동이 모여서 믿음직스러운 기운이 된다.

요즘 시끄러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믿음직함에 눈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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