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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01. 2019

새삼 하고 싶은 것들

장년의 희망사항

바둑 친구가 이민을 갈 생각이란다.

벌써 십수 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단다.

고생이 되겠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갈 작정이라고 한다.

노년을 앞둔 장년의 희망사항이다.



분기마다 만나서 수담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직장생활을 30년 하고 그만둔 친구가 계획이 생겼단다.

부부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말리는 분위기였다.


주변에 이민을 가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아주 고생스럽게 살고 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사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다른 친구는 동생의 예를 들어가며 얘기한다.

동생 부부는 시민권을 갖고 있었는데도 결국 외로워서 귀국했노라고.

아이들은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부부만 돌아왔단다.

그 어렵다는 시민권이 있는데도 귀향하는데 지금 가서 뭘 어쩔 것이냐며 말린다.


이민을 계획하는 친구는 나름대로 항변을 한다.

먼저 자리 잡은 누님이 있어서 도움이 될 거라고.

일자리도 있어서 생활이 어렵지 않을 거란 이야기도 한다.

더구나 부인이 적극 가고 싶어 한단다.


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

영어가 배우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대학 때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직장에 들어가면서 줄곧 일본어만 해서 아쉽단다.

말리던 다른 친구가 자기의 희망사항을 말한다.


'프로기사한테 바둑 지도를 받고 싶다.'

'영어를 배우고 싶다.'

'골프를 배워서 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한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희망사항을 가지는 친구를 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난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바둑 두고 당구치고 축구하는 취미 정도면 만족스럽다.

상담이라는 일까지 있지 않은가.


노년을 바라보며 새삼 하고 싶은 것들을 가지는 장년의 심리는 무엇일까.

아마도 초조감 이리라.

젊음을 잃어 가는 몸에 안타까움이 조금씩 쌓여간다.

그래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떠올릴지 모른다.



노년의 삶도 계획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일찌감치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세상이다.

저물어가는 인생에서 새삼 희망사항을 가지는 것이 묘하다.

아이는 희망을 접고 노인은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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