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회피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자꾸 웃음이 나와요."
자신의 감정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다.
멈추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정도다.
왜 이런 반응이 일어날까.
(1월 1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초등학교 2학년 때 외조부의 사망 이후로 생긴 버릇이다.
최근에는 친구 동생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고 감정이 메마른 성격은 아니다.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잔인하거나 끔찍한 장면을 잘 보지도 못한다.
그런데 왜 사망 소식에 웃음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
중2병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버릇을 꼭 고치고 싶다.
한 순간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낯설 때 그렇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뜻밖의 발견을 할 수도 있다.
스스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감정이 여린 사람이 어째서 사망 소식에 웃게 될까.
자극이 강하면 반응도 강한 것이 보통이지 않은가.
큰 슬픔을 느껴야 마땅한데 왜 슬픔 대신 웃음이 나올까.
자극 강도와 감정 반응이 늘 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자극 강도와 감정 반응이 비례한다.
그런데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자극이 밀려오면 감정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흔히 '먹먹하다', '머릿속이 하얗다.' 같은 표현을 한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사연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외조부의 사망으로 이런 버릇이 생겼다.
아마도 그 당시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감정을 회피하느라 쓴웃음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느낄 만하면 웃음으로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다.
슬픔이나 아픔을 위장된 웃음으로 피하는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이 또한 직면이 답이다.
도망가지 말고 마주해야 한다.
더 생생하게 느끼려 하고 그 감정에 머물러 주어야 한다.
웃음을 감추려고 애쓰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오히려 점점 더 습관이 강화될 위험마저 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일어나는 감정에 머물러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심층 분석 상담으로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괴로움을 피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모든 괴로움을 피할 수는 없다.
오히려 괴로움을 감당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좋다.
웃음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