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_52회
<인생의 의미>(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더퀘스트, 2024)
47기 김용건(2025.3.17)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인생의 의미 책표지에 있는 중심 키워드이다.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은 학계에서 손꼽히는 세계적인 사회인류학자로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사회인류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의 얕은 관계로 인해서 처음 들어보는 저자였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와 방대한 고전,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생의 처음과 끝을 파고든 끝에 깨달은 다음 7가지를 인생의 의미라고 했다. 이는 첫 번째 의미 관계부터,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까지이다. 전체 7가지 의미는 처음 관계를 근거로 사슬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네 번째 의미 느린 시간에 살짝 언급되는 수잔 시마드의 식물들의 땅속 네트워크를 포함하여 첫 번째 의미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문화마다 다른 음식과 환대의 의미 편에서는 환대 안에는 삶의 기본적이 의미가 담겨 있다. 환대의 개념은 주는 행위보다 받는 행위에 대한 비중이 더 크다. 받는다는 행위에는 겸손과 감사의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인간에 큰 도전이다.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균형 잡힌 호혜성 이론으로 인해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시민 사회라는 태피스트리를 구성하는 실은 단단하고 두꺼워질 수가 없다고 했다.
혼자 사는 삶과 결혼에 대하여 편에서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권리와 의무가 가득 찬 친밀하 관계가 필요하다. 배우자, 자녀, 부모 등 다른 사람과 함께 살 때는 항상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 돌보는 사람을 우선해야 해서 출장을 취소하고 출세의 야망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두 가지를 모두 갖는 것은 항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버릴 필요가 없는 사람은 용서와 겸손, 감사의 능력이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라고 했다. 이것을 읽고 나니 저자가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에게 아내와 자녀가 있었다면 영적 지도자로서의 삶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말이 이해가 되었다.
개인과 개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편에서는 팬더믹의 교훈으로 물질적 생활 수준보다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알샤마히에 따르면 악수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기존에 알려진 명시적인 장점뿐 아니라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고 냄새와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도파민 생성을 자극하는 것에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인간관계 외의 나만의 공간의 필요성도 강조하기 위하여 몽테뉴의 말을 인용하였다. “모든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 8명의 가족과 방 하나를 공유하는 사람일지라도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정신적 무대의 뒤편이 필요하다”
작년 8월 유아숲지도사 수료과정 중 조홍범 서경대 교수의 산림토양학 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를 논의하던 중 지상부를 가지고만 자연을 이해할 수는 없다고 했다. 뿌리는 균사체의 협력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자작나무 사이에 어린 전나무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있어도 뿌리 균사체를 통해 영양소를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저자도 수잔 시마드의 우드 와이드 웹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나무들이 땅속 곰팡이와 균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지상에서 광합성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무는 땅속에서 뿌리로 영양분을 공급받는 사실에서 식물들도 이렇게 강한 유대감으로 살아가는데 우리 인간은 어쩌면 식물보다도 못한 존재가 아닐까 하고 인간의 정체성에 많은 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번에 인생의 의미를 읽으면서 인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자기 목적적 행동을 하고 아메바나 침팬지 등 다른 생물들이 하지 않는 질문을 하고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가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