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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한 날 장례식장을 가다

장례식장_68회

by 광풍제월

벚꽃이 만개한 날 장례식장을 가다

2025.4.9. 수(D-266)

류*철 중학동기 부친상 부고가 와서 아산병원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2시 20분에 조퇴를 하였다. 아침에 보던 벚꽃보다 퇴근 때 보니 훨씬 많이 피었다. 항상 똑같은 장소에서 꽃을 바라다보니 시간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3시 2분에 산자부 권사무관한테서 전화가 왔다. 장인상 부고를 보낼 테니 병무청 출신한테 부고를 하여 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병우회와 동기 단톡방에 바로 올렸다. 내일 시간을 내어서 문상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꽃피는 봄에 유독 부고가 많이 오는 것 같다.


4시 10분에 아산병원에 도착하여 문상을 하였다. 잠실나루역에서 병원까지 걸어가는데 벚꽃이 만개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문상을 가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다. 상주가 부인과 아들을 소개해 주었다. 가족의 죽음을 처음으로 겪어 정신이 없다고 했다. 특히 집안에서 돌아가셔서 경찰이 사인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 장례식장 구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했다.

장례식장에서 문상할 때마다 영정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살아서 반기시는 것 같아 마음가짐을 바로 하게 된다. 또한 나는 바로 살고 있는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돌아가시는 것도 서려운데 장례식장까지 구하기 힘들어 세상이 참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나는 마지막 가시는 길 잘 보내드리라고 위로하고 5시 1분에 버스를 타고 동부기술교육원으로 출발했다. 차창에 보이는 벚꽃을 바라다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날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것은 천상병 시인의 말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20250409_160712.jpg 문상 가는 길(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산병원 앞 20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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