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_42회
겨울비
1989. 1. 8. 일
어제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겨울비라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겨울에는 눈이 와야 제격인데 비가 오니 왠지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어둠이 주위를 잠식해 버린 상태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터가 비칠 때 사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왠지 우수를 품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해안초병에겐 비라는 존재는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비를 맞고 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이다. 긴 밤을 외롭게 지켜 나가며 하는 고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를 비 오는 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지금 하는 이 고생이 사회로 나갔을 때 어떠한 힘이 되어 줄 것인가.
이제 5개월 후면 사회로 나가게 된다. 이제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가깝게 가슴에 와닿는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고 참아내는 인내 이것 하나만 있어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소중한 친구들도 나 자신 어느 정도 바로 설 수 있을 때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닐까? 어깨를 꼿꼿이 세우고 다리에 힘을 주고 꾸준히 앞만 보고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