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건강이 차츰 나빠져

부축하는 자식의 손길도 뿌리쳐

by 여여

아버지는 늙어 가는 자신의 처지를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80을 훌쩍 넘기셨을 즈음 아버지에게 허리 협착증세가 찾아왔다. 가끔 부모님을 방문한 우리 내외는 집에만 계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동네 유원지나 공원에 바람 쐬러 나가기도 했다. 잘 걷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공원 관리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휠체어를 끌고 와 아버지에게 타시기를 권유하면 절대 타지 않으셨다. 대신 벤치에 앉아 계시는 것을 선택하셨다. 같이 산책을 하면 좋으련만 허리가 불편하시다면서도 휠체어 타시는 것을 절대적으로 거부하셨다. 걸으실 때 부축해 드리는 자식들의 손길도 강하게 뿌리쳤다. 그 이유를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휠체어 타시는 자신의 처지를 초라하다고 생각하여 자존심이 상한다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허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는 동네 정형외과와 한방병원을 번갈아 다니셨는데, 한 번은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정형외과 진료 시 의사에게 "차도가 없다. 무슨 수가 없느냐"며 큰소리로 따지셨다 한다. 이에 젊은 의사는 아버지에게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자동차로 따지면 폐차직전의 중고차입니다. 할아버지 연세에 다른 분들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갔어요. 할아버지는 아무리 큰 수술을 해도 정상으로 돌아오기 불가능해요. 그러니 조금씩 물리치료받으시면서 증세를 완화하는 도리 밖에는 없어요"

아버지는 의사의 직설적인 이 말에 분개하여 의사와 크게 싸우고 나오신 후로 한방병원도 가지 않고 집에서 끙끙 앓고 계신다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고교 동창인 정형외과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 친구 의사는 아버지가 방문했던 의사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사로서 환자에게 그리 말한 것은 경험부족 탓이라며 아버지를 자신의 병원에 한번 모시고 오라고 했다. 며칠 후 나는 아버지를 올라오시라 하여 아버지를 모시고 친구가 운영하는 정형외과에 갔다. 다소 간단한 몇 가지 기본검사를 했다. 이미 상태가 잘 알려진 탓으로 원인을 찾기보다는 아버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비교적 간단한 X-Ray 및 초음파 검사등을 하고 마침내 아버지를 마주한 친구는 "아버님. 그 연세에 아주 건강하신 편이네요. 척추를 구성하는 뼈는 많이 손상되었는데도 주변 근육이 튼튼하여 약해진 뼈를 많이 보완해 주고 있어요. 따라서 척추 뼈 수술을 하시는 것보다 주변 근육 강화하는 재활 운동을 통해서 치료하시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오늘은 뼈에 좋은 영양주사 맞으시고 알려드리는 재활 운동 열심히 하시면 차츰 좋아집니다" 아버지는 친구의사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처방에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안도하시며 만족해하시는 듯하였다. 그리고 오신 김에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방문하여 보약도 짓기로 했다. 한의사 친구에게도 사전에 아버지 사정 얘기를 하고 전문가의 위로를 부탁하였다. 친구는 아버지 맥도 짚어 보고 아버지 간강상태가 나름 양호하다며 안심시키고 침도 놓고 물리치료도 해드렸다. 그리고 뼈 건강에 좋다는 보약도 지었다. 아버지 보약만 지으면 어머니가 서운해하실 것 같아 어머니 보약도 같이 지었다. 친구의사들이기에 믿고 진료를 한 덕분에 그리 큰돈은 아니었지만 당시 은퇴한 나에게는 적지 않은 거금을 들였다. 그렇게 부모님의 기분전환을 해드리고 두 분은 여동생 집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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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필명은 如如(여여)입니다. 절개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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