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 가스라이팅하기

노모가 병원비로 재산 소비하기 전에 동생들이 한 일

by 여여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나는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이 있는 파주까지 가려면 제법시간이 걸렸다. 출발 시점을 잘못 잡아 출퇴근 시간에 출발하거나 귀가 시에는 편도에만 4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끔 시간을 내어 어머니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동생들 근황을 물으면 어머니께서는 동생들이 가끔 찾아오지만 자기네 집으로 데려가지는 않는다고 서운해하셨다. 지난해 명절에는 요양원에 전화하여 명절에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싶다며 허가를 청하여 전화상으로 허락을 득하였다. 요양원 측 요양보호사는 약 1주일간 아들집에 계시는 동안 사용할 기저귀 등 어머니 필수품까지 챙겨주시겠다며 흔쾌히 허락하였다. 그리고 약속 시간을 정하여 어머니를 모시러 요양원에 갔다. 요양원에 도착하여 어머니를 주차장으로 좀 모시고 내려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요양원장은 요양보호사가 실수로 답을 잘못하였다는 것이다. 즉 독감이 유행하여 입원환자들이 외출하여 가족들과 접촉하면 위험하다 판단하여 이번 명절에는 일체의 외박을 금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사전에 보호자에게 전화문자로 이미 통지하였다는 것이다. 경희가 단독으로 보호자로 등록되어 있었던 탓에 나에게는 통지가 없었으며 대표보호자로 등록된 여동생은 전화통지받은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헛걸음을 한 것에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요양원에 계시는 것을 싫어하셨던 어머니를 명절 기간만이라도 집에 모시고 싶어 여러 시간에 걸쳐 운전하여 왔었는데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요양원에 계시면서 자식들 집에 가고 싶었던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행여 요양원 가까이에 사는 딸들이 자기네 집으로 가끔은 모셔갈 줄 기대하셨다. 그러나 그리하지 않는 딸들이 못마땅하였던 듯하다. 그럼에도 딸들이 어렵게 산다며 걱정이 태산 같았다. 요양원에만 계시고 경자와 경희의 경제생활에 관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딸들의 경제적 어려움에는 소상히 알고 계셨다. 그것은 어머니께서 딸들의 재정상태를 낱낱이 알 수 있는 정신도 아니어서 알 수도 없었으나 딸들이 자신들이 살기 힘들다며 자주 하소연을 하였기 때문이다. 여동생 둘은 둘 다 이혼을 하였는데 어머니 입장에서 출가한 여자가 이혼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세대이기에 딸들이 이혼하여 먹고살기 힘들다 하소연하는 말에 마음 아파하였다. 요즘은 이혼하여도 부모님 세대와 달리 재산분할하고 자녀 양육비도 받으므로 이혼 전과 달라지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혼한 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셨던듯하다.

나는 동생들이 이혼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혼하는 자체가 집안 경사도 아니고 나와 상의할 대상도 아니어서 자신들이 결정하고 부모님께 통지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나는 전혀 알지 못하다가 수년이 지난 뒤 어머니께서 딸들이 거지처럼 산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동생들이 이혼했음을 알게 되었다. 동생들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나는 동생들에게 모른 체 하였다. 이혼이 이미 확정되어 이혼상태로 지내는 동생들에게 조언을 할 내용도 없었고 이혼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어서 그저 모른 채 지나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여여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필명은 如如(여여)입니다. 절개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5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6화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린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