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주라는 이름의 웰시코기가 들어왔다.
보호자의 성을 따서 최민주이다.
민주는 이미 내가 작년에 인턴을 했던 대형 병원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들고는
보호자가 24시간 함께 있고 싶어서 우리 병원으로 왔다.
5살로 아직 어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다.
PNST(Peripheral Nerve Sheath Tumor).
생기면 살기 어려운 병이지만 가만히 있다가도 걸린다.
민주의 엄마와 친구분이 24시간 교대로 돌아가면서 보살폈다.
민주 앞의 간이침대에서 밤을 같이 보내고 밥을 잘 못 먹으면 손으로 떠주면서 지냈다.
우리 병원은 24시간 야간 운영 병원이 아니지만 보호자와 환자만 두고 퇴근할 수는 없으므로
원장님이 병원에 남아 잠자다가 약 줬다가를 밤새 하셨다.
입원하고 다음 날 민주의 삼촌이 울면서 왔다.
누나인 보호자가 연락이 안 되고 민주가 벌써 하늘나라에 떠난 줄만 알았다고 했다.
보호자는 창피하니깐 펑펑 울지 말라고 했다.
그다음부터 세 명이서 번갈아서 병원 수발을 했다.
보호자는 회사에 갔다 온다고 하고는 3시간 정도 후에 다시 오곤 했다.
'저렇게 회사를 가도 괜찮은 건가..?'
평일에도 하루 종일 병원에 계셨다.
10일 정도 후에 민주는 하늘나라로 갔다.
예정된 죽음이었지만 보호자와 친구분이 슬프게 우셨고, 뒤늦게 온 민주의 삼촌도
처음 병원에 왔을 때처럼 울면서 들어왔다.
볼펜이 데스크 아래에서 떨어져서 주으려는데 참지 못하고 울음이 터졌다.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울었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다시 돌아왔다.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소개했다.
요즘은 대부분 아이들이 떠나면 장례를 치르는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24시 입원비와 약값 등을 계산해서 보여줬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측정해놨네요.' 하고선
청구서의 금액을 2배를 계산하시고 가셨다.
우리 병원이 특별히 적자 보자고 내놓는 가격은 아니다.
대형동물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기 때문에 비싸질 수밖에 없다.
보호자가 그곳을 먼저 갔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된 거다.
물론 원장 선생님의 야근 수당은 받지 않긴 했지만
빨개진 눈으로 그렇게 쿨하게 계산하고는
축 늘어진 민주를 데리고 가셨다.
집에 오는 길에 광역버스를 타면서 생각했다.
'민주는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까 좋은 곳에 갔을 거야.'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