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포구에서 다시 올레길 9코스가 시작되는 것인데, 포구를 지나면 곧바로 오르막이 나오면서 올레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몰질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말이 다니던 길이다. 이 길로 제주도에서 키우던 말들을 몰고 와서 대평포구에서 원나라로 싣고 가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긴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동굴 같은 길은 대평포구 앞에 있는 고개를 넘을 때까지 계속된다.
아직 자연석과 넝쿨이 우거져서 만들어진 이 길을 가는 동안 뱀을 두 마리나 보았다.
몰질 길이 끝나고 올레길은 수수밭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마 사유지에 올레길이 조성된 것 같은데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이런 곳은 유명한 산티아고 길에서도 있었다.
주인이 생각하는 보상 가격과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인데, 여기에 주인이 이 주변에 없는 작물인 수수를 심어서 올레길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 보상을 더 받으려고 의도인 것 같다.
다시 올레길은 군산 오름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숲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이번 올레길은 올라갔다가 옆으로 갔다가 일정한 패턴도 없이 아무렇게 만들어져 있다.
군산 오름 마지막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래도 중간에 흰색 카나 꽃이 아름답다.
힘들게 군산 오름을 지나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다시 올라간 만큼 내려오기도 만만치 않다.
내려오는 길에는 붉은색 칸나 꽃이 만발한 곳이 있었다.
군산 오름을 다 내려오면은 다시 안덕계곡을 따라서 화순항 쪽을 길이 나 있다. 안덕계곡 중간에서 길을 가로질러 가는 뱀을 또 만났다.
안덕계곡을 따라서 만든 테크 길도 상당히 먼 거리이다. 화순항을 지나서 화순 금모래 해변에 도착하면 올레길 9코스의 도착점이다.
화순 금모래 해변에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해수욕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진 않는다. 걷은 것이 너무 더워서 힘이 들어 해변가 그늘에 앉아서 쉬는데도 땀이 난다. 올레 9코스를 걸었지만 무엇을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유격훈련받듯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힘들기만 했다. 그래도 굳이 기억하라면 뱀을 본 것이 기억난다.
9코스를 마치면서 제주 올레길이 앞으로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찾는 길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만큼 알려지고 찾아오는 것도 성공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길은 걷기 편하고 어떤 사색이나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산티아고 길은 지루하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사색할 수 있는 완만한 긴 길이고 걷다가 보면 어디로 갈 것인지 쉽게 보이는 길이다. 올레 9코스처럼 다음에 어디로 갈지 예측이 안되고 길을 잃어버릴까 봐서 신경을 쓰면고 오르막도 많아서 힘든 길이다.
또 완전한 자연도 아니고 길마다 콘도와 위락시설이 있어 이런 것을 보러 올레길을 걸으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순수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 되어야 하는데, 길마다 사진을 찍으면 전신주가 나오지 않은 곳이 찾기 어려운 길이다.
제주 올레길은 어떤 길처럼 순례자의 길이라든지, 자기를 돌아보는 길이라는 등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는 것 같다. 단지 홍보의 위력을 볼 수 있는 길이다.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한 올레 10코스도 테크 오르막길로 시작하는데, 산방산 쪽으로 가는 길이다.
중간에서 한적한 해수욕장을 만났다. 아담한 바닷가 모래밭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라도 들어가서 해수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한적한 곳을 찾아서 그냥 겉옷만 벗고 바닷물에 들어갔다. 바닷물은 시원해서 피로가 풀리는 것 같고, 물속에 한참을 있으면서 고개를 들어서 산방산을 감상했다.
산방산 고개를 넘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배가 한 척 바닷가에 올라와 있다.
육지에 올라와 있는 배는 하멜이 타고 온 무역선 스페르베르 호라고 하고,
하멜은 제주도에 표류하게 되어서 13년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제주도 난파기”를 써서 우리나라를 서방세계에 알렸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산방산 밑에는 하멜 기념비를 세우고 배를 기념관으로 만든 것이다.
산방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사계 포구는 러시아의 고르비 대통령이 방문한 흔적이 남아있다. 바닷가의 조형물에서 러시아 대통령 부인과 해녀들이 담소하는 모습이 있다.
멀리 보이는 바위의 모양새도 특이하다.
송악산이 멀리 보이는 해변가에는 인어 상이 조각되어 있고 조금 더 가면 마라도 가는 선착장이 나온다.
송악산 입구에 대형 해녀상과 돌하르방이 같이 조각되어 있다.
송악산을 한 바퀴 도는 올레길은 쉽게 보이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수없이 있는 계단길이다. 이 길을 힘들게 돌고 나오면 처음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원점으로 다시 나온다.
다시 숲길을 들어가면 섯알 오름 가는 길이다.
섯알 오름을 지나서 일제 강점기에 비행장과 격납고를 만나는 들판을 걸어가면 멀리 모슬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모슬포 항구 가기 전에 하모해수욕장이 길게 펼쳐지고 그곳에는 말이 뛰어가는 조형물이 생동감 있게 만들어져 있다.
해변을 한참 걸어가면 모슬포 항구가 나오면서 올레 10코스도 마감된다.
올레 10코스를 돌고 나서 날씨가 너무 더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송악산 올레길에서 힘을 다 소진한 것 같다.
그늘에서 해변을 바라보면서 오래 쉬었지만, 다시 걷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그만 걷기로 했다. 제주 올레 나머지 길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