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을 한창 무더위가 극성일 때 시작해서 너무 더워서 끝을 못 냈다.
이제 나머지 구간을 다시 가장 추울 때 시작한다.
추위가 극성인 날 제주에 도착해서 10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모슬포항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한다.
올레길 11코스 시작 안내소에서는 불은 켜져 있는데 사람은 없다. 아마 이른 아침이어서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겨울에 이렇게 날이 새자마자 출발하는 사람도 흔치않을 것이다.
오늘도 걷는 길은 리본과 말 모양의 표식, 화살표를 따라서 간다.
모슬포항을 지나니까 해변이 나온다. 이른 아침의 해변은 조용하고 간간이 운동하는 사람은 보인다.
바다가 조용하다.
동쪽에는 아침해가 떠올라있다.
아침 찬 기운에도 푸른 마늘밭은 아직 생생하게 잘 자라는 것 같다.
모슬봉이 보이고 주변에 성산봉과 한라산도 어렴풋이 보인다.
걸으면 먼저 해야 할 일은 표식을 찾는 것이다. 트레킹 길에서 표식을 놓쳐 버리면 다시 돌아오거나 가지 못하고 한참을 서서 두리번거리며 찾아야 한다. 예전에 여러 번 놓쳐버려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이런 표식을 찾을 때는 멀리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멀리 보면 리본이 흔들리거나 깃발이 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멀리 보면서 가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가지만 가까이 가서 찾으려면 허둥대거나 안 보이면 찾으려고 잠시 걷기가 중단되기도 한다. 멀리 표식을 보면서 찾아가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크게 방향이 정해지고, 자연스럽게 잘 갈 수 있는 것이다.
모슬봉까지 가는 길은 농작물이 한참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 날씨가 따뜻해서 아직 작물들이 얼지 않고 자라는 것 같다. 무와 파, 양파, 양배추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제주도 날씨가 따뜻하다는 증거가 또 보았다. 주변에 눈이 쌓여 있지만 동백꽃이 활짝 핀 감귤밭 담장도 보았다.
모슬봉 정상에는 군사시설이 있는 것 같다. 올라가지 못하고 밑으로만 돌다가 반대편 신평마을로 내려간다.
내려 간 신평마을에는 천주교 신자 정난주 마리아 묘가 있어 천주교에서는 성지로 모시는 것 같다.
정난주 마리아는 정약전, 정약용의 질녀로 황사영백서의 황사영의 아내로서 황사영이 순교하고 이곳의 노비가 되어서 죽었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오직 신앙으로만 살아왔기에 그 삶 자체가 복음이라고 평가하면서 성지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신평 곶자왈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냥 보기에는 나무와 덩굴이 엉클어진 숲길이다. 이런 곳을 제주도에서는 곶자왈이라고 한다고 한다.
신평 곶자왈에 들어가는 문은 유난히도 잘 만들어 놓았다.
또 무릉 곶자왈은 아름다운 숲길로 우수상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
다음에 나오는 곳이 무릉 2리의 구남못이다. 못 주변에 오래된 팽나무가 몇 그루 있고 연못에는 개구리 석상이 물속에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 마을은 현무암 돌담이 잘 보존되어 있고 밭에도 돌담을 잘 정리해 놓았다.
이곳을 지나서 큰 도로를 건너면 올레길 11코스 마지막인 무릉외갓집 간판이 보인다. 간판만 있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고 한다.
같은 무릉 2리에서 시작하는 12코스는 돌담길 사이로 한참을 가면 평지 교회가 나온다
그 교회를 지나면 역시 들판이다. 들판 길은 가다가 약간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무릉 연못이 나온다.
무릉 연못은 중앙에 정자가 있고 양쪽으로 두개가 있다.
멀리 녹남봉 오름이 나타난다.
예전에 녹나무가 많아서 녹남봉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이곳에 오르면 지금까지 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한라산이다. 이곳에서는 조금 더 잘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