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 길 9일차

by 안종익

통영 충무 도서관 앞에서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바다를 보니 푸른 물은 보이지 않고,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흐릿하면서 멀리 보이는 산 위로 아침 해가 뜨는데, 미세먼지가 가려서 밝지 않는 덕분에 바다에 비친 해 그림자가 마치 저녁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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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위에서 도로 옆길을 가다가 일봉산 쪽으로 화살표 가리켜 아침부터 등산을 할 각오로 올라갔다. 산에 오르는 초입에 누가 화살표로 우회 도로라고 표시해 놓아서 아마도 그 길이 더 순한 길인 것 같아 그 방향으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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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다가 화살표를 잊어버리고 일봉산 중턱의 임산도로로 한 바퀴 돌았다. 그러니까 내려가는 길이 나오고, 그곳으로 내려가니까 남파랑 길 화살표가 있었다. 오늘은 초반부터 길을 잘 찾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때부터 화살표 따라서 걸어가는데, 화살표도 잘 보이고 걷기도 힘들지 않은 것 같아 오늘은 어제보다 몸 상태가 좋았다.


그렇게 길을 세 시간 이상 열심히 걸었다. 걷다가 보니까 통영 시내로 화살표가 안내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곳과는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용남 해안로라는 이정표를 봤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걸었다. 그런데 오늘 넘어야 할 신 거제 대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쯤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걸어가는데, 오래 보이지 않다가 멀리 다리가 보였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저기 보이는 다리가 신 거제 대교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통영대교”라는 대답을 듣고 난 뒤에 길을 잘못 온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남파랑 길 28코스를 지나서 29코스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남파랑 길은 통영을 지나서 거제로 갔다가 다시 통영으로 오른 구간이 있는데, 그것이 일봉산 부근에서 길이 가장 접근하는데, 운 없게도 길을 잘못 가다가 28코스를 만난 것이다. 사전에 충분하게 공부를 하지 않아서, 남파랑 길도 통영이 끝나면 거제로 가고 이렇게 남해안을 한 번씩만 거쳐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통영을 오늘 마지막 지나간다고 생각을 했지 다시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기 때문에 28코스 남파랑 길 화살표를 보았을 때 의심하지 않고 따라간 것이다.

그렇게 10킬로 이상을 걷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15코스로 돌아갔다.


처음에 길을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크게 실망을 하고, 일단 그 자리에 앉아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파악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쉬었다.

정해진 길을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을 누구 탓할 수도 없고, 그래도 마음은 속상하지만 이제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잠깐 길을 잃은 경우는 돌아가면 별일 아니지만, 이 경우는 반나절이나 다른 길을 걸은 것이다. 화나는 마음 같아서는 걷던 길을 그만두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집으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는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 있어서 못할 것 같다.

살면서 방향이나 판단이 잘못되어 별로인 인생을 살아도 “이번 생은 망쳤다"라고 포기할 수없이 계속 살아야 하는 것처럼, 다시 돌아가서 걸어야 할 것 같다. 다시 길을 찾아서 가야 하는 마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마음과 같은 것 같다.

그래도 이 길을 다시 돌아가서 걷는 것은,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보다는 다시 시작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더 걸어서 운동을 많이 한 것도 생각났다.


다시 용남면 쪽에서 걷기 시작했다. 다리가 벌써 아픈 것 같은 기분이지만, 멀리 보이는 신 거제 대교를 향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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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거제 대교를 건너서 도로 밑의 작은 터널을 넘어서 가니까 해안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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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안 길은 신 거제 대교를 바로 옆에서 보며 걷는 길이다. 안내 표지판은 다음에 후포항이 나온다고 알려준다. 후포항을 가기 전에 가까이 보이는 섬이 아늑하게 보이고, 섬이 둘러싸고 있는 듯한 곳에 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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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위치를 잘 잡은 별장 같기도 하고 고기 잡는 어촌 집 같기도 하다. 그런데 후포항에서 보니까 한 개의 섬이 아니라 두 개의 섬이었다. 두 개의 섬 사이에 양식하는 어구들이 바다에 가득한 것으로 보아서는 어촌 집인 것이다.


후포항을 지나서 산길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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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내려가는 곳에는 바닷가에 청포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이 바람을 막아 주고 양지바른 곳이다. 그렇게 보였는데 실제로 잘 지은 집들이 많이 있었다. 거제와 통영이 가까우니까 별장인 것 같다.

그다음에 나오는 마을이 청곡 마을이다. 여기는 바다만 보이고 뒤는 산으로 가려진 동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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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동네로 가는 길은 어김없이 작은 산을 넘어서 가는데, 이 산길에는 유자나무 밭이 많았다. 이곳이 유자로 유명한 남해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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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 마을 교회는 산마루에 자리하고 그곳을 넘으면 시등 실내 체육관이 나온다. 실내 체육관에서 시등해안을 따라 긴 테크 길을 만들어 놓아 바다를 구경하면서 걷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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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길이 끝나면 시등면 소재지가 나오면서 남파랑 길 15코스가 끝난다. 남파랑 길 15코스를 이렇게 어렵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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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코스는 시작하고 얼마 걷지 않아 성포항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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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포항에는 도다리 경매가 한창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경매하는 것을 구경하지 않을 수 없다. 경매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손가락 표시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성포항 언덕을 올라서 성포중학교로 다시 언덕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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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오르막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끝이 보이지 않은 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이 나온다. 너무 걸어와서 걷기가 힘든 때 오르막을 올라가는 것이다. 한발 한 발이 천근의 무게와 비교되는 걸음이다. 가장 나쁜 상태의 컨디션이다. 오늘 벌써 7시간째 걷고 있으니까 힘든 시간도 되었다. 그래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내려다본 바다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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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는 아름답지만 좋다는 말은 힘이 들어서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침에 보였던 미세먼지가 조금은 가신 것 같다.


그 산에서 내려가면 성내 마을이 나온다. 성내 마을은 넓은 평지와 바다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바다에는 온통 조선소가 자리하고 있어서 옛날에 아름다웠던 풍광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산을 내려오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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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 마을에는 시등성의 터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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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달석”화가의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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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달석 화가는 “한국적 낙원의 화가”라고 불리고, “소와 목동”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평생을 전업작가로 가난하게 살아온 화가로 성내 마을에 생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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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를 자랑으로 내세우면서 마을에서 그 화가의 벽화를 구경하는 것도 신선하다.


마을 앞 도로에는 화물차와 트럭들이 물건을 가득 싣고 부지런히 다니는데, 그 소음이나 속도가 무서울 정도이다. 그런 길을 따라서 걷다가 보니까 사곡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이 그렇게 크지 않고 주변에 조선소 높은 크레인이 보이는 곳이 많아서 해수욕장의 위치로는 별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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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을 지나서 다시 도로를 따라 걸어오니까 차츰 도시가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건물이나 식당들이 많이 있고 차들도 더 많이 다닌다.

장평동의 지나서 다리가 무거워서 숙소를 찾아 헤매다가 보니까 고현 시내버스 정류장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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