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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06. 2023

벚꽃은 남쪽에서부터 피고 있다

벚꽃이 남쪽에서부터 피고 있다. 아직은 만개는 아니지만 한 일주일 이내로 만개할 모양새이다. 그런데 광양에서 하동을 들어서니까 분위기 다르다. 벚꽃이 거의 만개한 것이다. 그래도 활짝 핀 벚꽃을 보니까 봄은 벌써 와서 자기 계절이라고 말하는 것 같고, 가기 싫은 듯한 겨울도 벌써 저만치 가면서도 나를 잊지 말라는 것인지 아직도 아침저녁은 싸늘한 기운이 있다. 


섬진강을 따라서 올라가니까 벚꽃이 더 많이 피어 있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차에서 내려서 구경할 곳을 찾았다. 아직 이른 오전이라 벚꽃을 구경하는 상춘객은 없었다. 그러다가 긴 벚꽃 가로수 터널을 지났다. 처음 보는 엄청난 벚꽃 가로수 터널이다. 끝이 가물거릴 정도로 긴 벚꽃 터널은 벚꽃이 화려한 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 길이 마침 공사 중이라 사람도 차도 아무도 없는 우리만을 위한 아름다운 꽃 핀 공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갔다가 오면서 활짝 핀 벚꽃을 눈으로 마음껏 취했다.


이곳은 평사리 넓은 들 옆 도로였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에 온 것이다. 활짝 핀 벚꽃 가로수 터널 옆에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그 흰 백사장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말로만 듣던 섬진강의 백사장 보니 너무나 희고 넓었다. 어떤 해수욕장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다. 이곳의 풍광을 보면 절로 시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토지라는 대하소설의 무대로서 충분한 자연이다. 


평사리 공원의 벚꽃도 만개해 있었다. 공원 건너편에 넓게 펼쳐진 땅이 평사리이다. 소설 “토지”는 최참판댁 3대와 평사리 주민들의 삶을 구한말과 외세 침략 그리고 독립운동과 광복에 이르는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25년간 박경리 작가가 쓴 대하소설이다. 평사리 넓은 토지 옆을 지나는 도로이정표에서 박경리 문학관과 토지에 나오는 대지주 최참판댁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최참판댁은 아마도 이 평사리 넓은 들판이 잘 보이는 곳에 있을 것 같았다. 그곳을 찾는 사람이 오전이지만 많았다. 박경리의 문학관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그 옆에 최참판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소설에 나오는 영팔이네, 봉기네, 막딸네, 이평이네, 관수네, 용이네, 철성이네 집이 재현되어 있다. 소설 속의 사람들과 시장터와 무대를 거의 재현되어 있었다. 아마도 대하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서 재현한 것도 많은 것 같다. 최참판댁에서 평사리 넓은 들과 섬진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이고, 흰 백사장도 잘 보인다. 특히 사랑채에서는 들에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위치이다.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나오는 것을 재현한 것이고, 여기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 구경 온 사람들은 언 듯 생각하면 실제 있었던 집들이라 착각을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소설의 내용과 비슷한 곳이다. 이런 최참판댁을 만든 것은 이곳에 사는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 공무원이 안목이 좋은 관광지를 만든 것이다. 기존에 살던 사람도 같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이곳은 일 년 내내 사람이 찾아오니까 항상 잔치하는 동네가 된 기분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위치를 아주 잘 잡은 것 같다.


박경리 기념관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내용은 알차다. 기념관을 돌아보니까 한 작가의 살아온 삶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박경리 작가는 1926년에 통영에서 태어나서 20살에 결혼하고 24살에 남편과 사별하면서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평생을 글을 쓰다가 돌아가셨고, 글은 직업이고 습관이며 삶이었다. 

박경리 작가의 대표작인 “토지”의 배경이 되는 이곳 악양 평야를 배경으로 친구의 이야기만 듣고 썼다는 것이다. 작가도 이곳 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와본 곳도 아니었다. 

작가가 직접 말한 글을 보면 “한 번도 찾아와 본 적이 없는 평사리, 우연치고는 너무나 신기해서 토지가 쓰인 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도구로서 내가 소설을 쓴 것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에 전신이 떨렸다"라고 30년 뒤에 이곳에 와서 실감했다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최참판댁과 주변에 산재한 평야와 섬진강이 소설과 일치한 것이다. 소설로서 새로운 역사가 쓰인 것이다. 아마도 수백 년이 지나면 실제로 있던 일이 토대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훌륭한 창작의 세계와 한 작가의 삶을 보았다.


최참판댁을 뒤로하고서 유명한 화개 장터에 갔다. 가는 길에도 온통 벚꽃이 만발해 있다. 화개 장터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이 화개 장터는 시골에서 봄나물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은 없었다. 초가지붕처럼 보이는 나일론 짚으로 만든 지붕은 정교해서 진짜 볏짚과 구분 안 될 정도이다. 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 가게 이름이 화개 장터에 온 기분을 들게 하고 전통 오일장과는 거리가 있는 장터 관광지이다. 화개 장터는 구경 온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행위만 열심들이다. 

그래도 화개 장터에는 맛있어 보이는 수수떡이 있어 그 맛이 생각나 사서 먹었다. 그 옛날에 먹던 수수떡 맛을 생각했지만, 재료에 밀가루를 많이 넣었는지 그 수수떡 맛이 아니다. 


화개 장터는 쌍계사로 가는 초입까지 십 리 벚꽃길을 시작하는 곳이다. 화개 장터를 출발해서 벚꽃길을 드라이브했다. 벌써 벚꽃을 구경 온 상춘객이 엄청 많았다. 오늘이 평일이니까 아마도 주말에는 관광객이 절정을 이룰 것이다. 여기도 벚꽃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었고 그 길이는 끝이 없었다. 벚나무의 수령이 오래된 것이라 이 길은 운치가 있었다. 쌍계사에 이르는 길까지 계속 벚꽃길이었다. 쌍계사에서 돌아서 나오는 길은 처음 온 길 건너편으로 계속 벚꽃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 벚꽃이 피는 한 철은 사람을 불러 모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야말로 벚꽃이 장관이며 원 없이 벚꽃 구경을 한 것이다. 


벚꽃은 만개해서 화려함을 마음껏 자랑하고 나서, 다시 이 꽃은 떨어질 때도 아름답다. 그 떨어진 꽃잎이 꽃비를 되어서 떨어지는 것이다. 이때 떨어지는 꽃잎이 비가 되어서 내릴 때, 그 꽃비를 맞으면서 걸으면 그 또한 운치가 있다.

남쪽 지방은 지금 어디 가도 벚꽃이 있다. 하동 읍내도 벚꽃이 만개한 곳이 눈에 띄었다. 벚꽃이 핀 곳이 많아 어느 곳이나 편한 곳에 자리 잡아서 구경할 수 있는 남쪽 지방이다. 


창녕 전통 오일장 입구에 들어서니까 소고기국밥 냄새가 진동한다. 그 국밥집은 수구레 소고기 국밥집에서 났다. 시장 온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 대형 솥에는 수구레 소고깃국이 끓고 있었고, 국밥집은 저마다 자기들이 원조라고 하면서 유명 연예인이 다녀간 흔적을 선전하고 있다. 일단은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전통 오일장에 온 기분이 난다.


창녕장에는 이른 봄이라 봄에 나오는 나물 대표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두릅나물, 오가피 나물, 산초 나물, 방풍나물, 가죽나물, 개두릅나물, 취나물과 옻나무 순이 나왔는데, 정연하게 정리해 놓고서 팔고 있다. 아주머니는 여기에 있는 나물을 사면 후회 안 한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다. 실제로 봄에 나올 수 있는 대표 격인 나물은 모두 나와 있는 것이다. 두릅나물은 참두릅이라고 하기도 하면서 두릅나무에서 처음 올라오는 첫 순을 꺾어서 먹는 나물이니까 일 년에 이맘때만 나오는 나물이다. 두릅나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나물이다. 오가피 나물도 첫 순을 억세지 않을 때 꺾어서 먹는 나물이면서 그 맛이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오가피는 원래 뿌리, 가지, 잎 모두 약이 되는 식물로서 잎이 오 엽인 귀한 약재이다. 산초 나물은 난두 나물이라고도 하면서 경남지방에서는 개피 나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초 열매는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하고 그 잎은 장아찌를 담아서 먹으면 그 특유의 향이 있다. 이른 봄에 처음 올라오는 순은 이렇게 나물로 먹기도 한다. 방풍나물은 섬지방에 많이 자생하는 나물이지만, 이제는 어디서나 사철 나물로 재배되고 그 뿌리는 한약재이다. 가죽나물은 가죽나무에서 이른 봄에 한번 나물로 먹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잎이 억세고 특유의 냄새가 고약해서 먹지 못하는 나물이 된다. 개두릅나물은 역시 올라온 첫 순을 꺾어서 먹는 나물이지만, 너무 자란 잎은 억세 져서 먹기가 힘들고 처음 올라올 때 꺾으면 양이 얼마 되지 않으니까, 잎이 올라오고 억세 지지 않을 때 요령껏 꺾어야 한다. 개두릅나물은 그 향이 오가피 나물과 비슷하지만, 그 맛에 봄나물로서는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 취나물은 산에서 나오는 나물 중에서 최고의 취나물이다. 그 맛도 최고로 치고 있고 지금은 재배를 많이 하고 있다. 지금 철에 취나물이 나온 것은 하우스재배일 것이다. 요즈음은 옻나무도 첫 순이 올라오면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창녕 오일장에는 지금 봄나물이 제철이다. 

창녕 장에는 민물고기가 많이 나와 있었다. 싱싱한 붕어가 살아서 시장에 나온 것은 지금 봄철이라 우포늪에는 고기가 한참 활발히 움직이는 철이 돌아온 것이다.


창녕 오일장을 구경하고 처음에 본 정겨운 국밥집에 돌아가 앉았다. 수구레 국밥은 소의 선지와 수구레 그리고 소의 국거리로 만든 국밥이다. 얼큰한 수구레 국밥에 소주 한잔 하면 시장 분위기 어울릴 것 같다. 실제로 옆에서는 그렇게 먹고 있었고, 그분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면서 맛있게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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