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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Oct 25. 2024

서해랑 길 36일차

다사리 아침이 밝아오고 산 위로 여명을 지나 붉은 기운이 짙어진다. 

오랜만에 일출을 볼 것 같다. 걷기를 시작하는 때가 이른 아침이기에 일출을 볼 때가 많다. 지금 보이는 광경이 해가 곧 떠오른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붉어지면 일출을 볼 좋은 자리를 찾다가 해가 떠올라 일출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저 정도로 붉은 기운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잠시 바라보면 순식간에 해는 올라온다. 

잠시 붉은 곳을 바라보니 해가 이글거리고 올라온다. 오늘은 맑은 날씨가 될 것 같다. 


다사항에도 아침에 배들이 바다로 나가고 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다사리의 해변 길을 걷는다. 

이 길은 생태탐방로이면서 잘 조성된 해안이다. 해안 정비를 잘했지만, 풀들이 너무 자라 무성하다. 

오랜만에 파도치는 바닷물을 보면서 걷는데, 해안에 소라 조형물을 실감 나게 만들어 놓았다. 마치 큰 소라와 작은 소라가 바다에서 올라와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 같다. 

생태탐방로는 앉아서 쉴 의자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조형물도 여럿 있다. 이번에는 대리석 조각이 바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뒤편에는 모래밭 위에 해송들이 배경이다. 그 밑에는 해안에 긴 백사장이 나왔다. 


해안 백사장이 끝난 부근에 물이 빠진 장포 항이 있다. 

장포 항에는 배들이 물 빠진 갯벌 위에 있지만, 항구 위 공터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배들이 땅 위에 정박한 것이다. 항구보다 더 많은 배가 땅 위에 정박해 있어 구경하러 들어갔다. 이 배들은 항구에 물이 빠지면 바다로 경운기가 이동시키고 있었다.

항구에 물이 빠지면 경운가 배를 끌고 배가 뜰 수 있는 바닷물이 있는 곳까지 띠우고,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경운기 대가리를 개조해 높게 달아 바닷물 속으로 배가 뜰 정도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특별한 장포 항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걷는다.


장포 항을 지나서 농노를 돌아서 다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섬 하나가 외로이 떠 있다. 그 섬을 구경하다가 곧 멀리 쌍 섬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쌍 섬이 좋아 보여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서해랑 길에서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더 좋은 포토존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일 때 찍는 것이다. 

그 쌍 섬을 서해랑 길에서 더 잘 볼 수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이 57코스의 종점인 선도리 갯벌체험 마을 앞에 있는 섬이었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선도리 갯벌체험 마을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소나무가 사는 바위섬이 앞에 있고, 해안선도 아름답다. 

바다에는 쌍 섬이 떠있고 해안에는 해송 군락으로 멋진 해변이다. 길은 쌍 섬을 바라보며 큰 갯벌이 있는 곳으로 갔다. 


선도리 앞바다 쌍 섬은 애절한 전설이 있는 섬이다. 

빈부의 차가 있는 청춘 남녀가 이곳 해당화 향기에 취해서 만나 사랑을 하다가 한 집안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다음 해 다시 해당화가 향기가 날 때 만났던 날 이곳에서 재회한다. 서로를 지극히 사랑해서 평생 같이 있을 방법은 죽음뿐이라고 여기고 손을 잡고 이곳 바다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다음 선도리 앞바다에 거북과 고래를 닮은 섬이 쏟았다고 한다. 

썰물 때 쌍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이때 청춘 남녀가 손을 잡고 섬을 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갯벌 광장에 만들어진 갈매기 청동 조각도 앙증스럽다. 


선도리 갯벌체험 마을에서 서해랑 길 57코스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길은 해변을 지나서 목 백일홍 가로수가 있는 도로 길을 따라가면 농노와 소나무 숲에서 갑자기 넓은 바다와 백사장이 나온다. 띠목섬 해변이다.

띠목섬 해변 고운 모래 위 해변을 걷는다. 끝은 보이지만 걸어도 끝날 것 같지 않은 해변을 혼자서 걷는다. 

해변에서 물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아직 모래가 젖어 있는 곳을 걸었다. 그곳이 물에 굳어져 걷기에 가장 좋았다. 백사장에는 조개껍질이 파도에 밀려와서 해변을 하얗게 덮고 있다. 조개껍질은 파도에 밀려와 계속 쌓여만 가는 것 같다. 해변의 해송이 백사장과 같이 나란히 조성되어 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해풍도 너무 맑다. 

이 백사장 길을 파도를 보고 소리를 듣고 걷는 것이 너무 좋다. 조개껍질이 밟혀서 부서지는 소리와 촉감조차 좋았다. 


긴 백사장이 끝나고 홍원항으로 가는 도롯가에 만두와 찐빵 가게가 나온다. 만두와 찐빵 찌는 수증기가 멀리서도 보였다. 이런 곳을 여행 중에 지나칠 수 없었다. 젊은 청년이 친절하게 웃으면서 맞이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먹는 만두 맛도 띠목섬 해변만큼 맛났다. 

흥원 항구에 배들이 정박해 있고 바다로 나갔던 낚싯배들이 항구에 들어온다. 

배에서 내린 낚시꾼들이 고기 가방을 들고 주차장으로 가고 있다. 부두에 낚시하는 사람도 조용한 항구와 함께 한가롭다. 

춘장대 해수욕장은 고개를 넘으니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면서 나온다. 해송 숲과 백사장이 넓어서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빈 해수욕장이지만 해수욕장 모래밭을 걷는 여인들이 있다. 춘장대 해수욕장 중간쯤에 풍차 두 개가 이색적이다. 

이제 바다가 잘 보이는 해변에 앉아 쉬면서 오늘 걷기를 마무리한다.

너머가는 낙조를 바라보는 백사장 위 연인들이 춘장대 해수욕장의 저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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