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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Feb 24. 2024

5화_하루 중 진중해지는 시간

아저씨도 요가합니다 시즌 2

누군가 내게 요가의 장점을 묻는다면, 명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눈을 감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매우 귀한 것이다.

나의 호흡 소리를 몸으로 들으며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의 근원을 탐험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찾아 새로운 힘을 얻는다.

게다가 요가는 시작과 끝에 명상을 하므로 육체를 갈무리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내가 요가를 만난 때는 나의 마음이 고달플 때였다.

그래서 지금도 첫 요가 수업이 생각난다.

어색한 표정으로 요가 매트를 메고 상암의 노을 공원으로 향하던 그날이 떠오른다.

천천히 지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태양을 경배하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의 나는 아사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라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몸부림을 쳤다.

어려웠고 힘들었으며 혼란스러웠다.

이게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제, 그날의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생각하며 나의 호흡에 기댄다.

의심 많은 인간의 육체이지만 해보겠다는 마음다짐이 전혀 다른 시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생각, 그것이 많은 것을 바꾼다.

예민하고 불만이 많았던 나의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고 상냥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특히, 나의 아내를 만나 함께 수련하며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나아갈 힘이 생겼다.

나는 아쉬탕가를 할 때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과 24시간 속에 나를 가둔다.

그리고 계속 움직이며 떨어지는 잡념을 바라본다.

데워진 육체와 코끝에 맺힌 땀으로 오로지 나의 호흡에만 집중하며 명상한다.

하타를 할 때는 눈을 감고 완벽한 아사나를 향해 조금씩 움직인다.

그것은 삶을 사는 나의 자세이기도 하며 나를 지배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요가가 좋다.

수련하는 일 자체가 명상이며 나의 호흡을 의식하여 통제하는 재미난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기온이 하강하면 문을 나서기 싫어질 테지만 따뜻한 요가원에서 땀을 흘리면 즉시 개운해질 것이다.

모두가 매트 위의 사계절을 즐기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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