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일 Feb 21. 2022

건강한 광대


짐 캐리 그리고 유재석 



_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공인들 중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공통적으로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재치와 센스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그들의 내면의 그릇의 넓이가 얼마나 넓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 그들만큼이나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공감하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해야 하고 모방해야 한다. 마치 사람들의 삶을 자신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되려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오랫동안 장수하며 명






사람들에게 각자 맞는 옷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어 사회와 개인이 속한 공동체가 원활하게 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도리를 충실히 해야 한다. 직업군에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람 관계>에서 적용되는 이야기다. 친구 3명이 있을 때 한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한 친구는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해주고,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을 가져온다. 정해진 역할이 그 안에서 원활하게 돌아갈 때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고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하겠다고 정하고 나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모여있는 사람들 속에서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더라도 구태여 나눈다면 각자가 다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평소 만나지 않던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흔히들 ‘이 조합 되게 신선하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역할일까 생각을 해본다.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 역할을 많이 도맡아왔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거나 내가 이해한 것을 토대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감사하게도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중히 들어주고, 나의 생각을 자연스레 솔직하고 신중하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내게 많이들 고마워했다. 나도 이러한 나의 역할이 좋았고 때로는 처음부터 이런 사람으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내 얘기를 하지만, 듣는 쪽을 자처하기를 반복함에 따라 내 이야기도 평상시에는 잘 안 하게 되어서 때로는 내게 왜 나는 내 얘기를 잘 안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조금씩 내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내가 귀한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앞서 얘기했듯 듣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지 결코 멀리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들을 때 나도 훨씬 더 많이 생각을 하고 배우기 때문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그러다 문득 새해를 맞이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다 참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처음 변했을 때처럼 많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 삶의 태도를 다시금 재정비하고자 했다. 



내가 이전에 썼던 글인 <나라는 사람 1,2>를 보면 앞서 얘기한 ‘나’ 중심의 사람이 어쩌다 ‘남’ 중심의 사람이 되어갔는지 알 수 있다. 내 스스로 성찰하고 개선해 나가는데 관계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내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사람들을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표현을 한다. 3편을 쓰게 되면 얘기를 하겠지만 2편까지 글을 쓸 때에는 내 내면을 보다 단단히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만 나의 시야가 있었다면, 이제는 단단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여유가 감사하게도 생기고 있어 더 넓은 시야를 가져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람들에게 모습을 비추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제는 어떤 옷을 입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릴 적 내가 동경하던 두 사람의 모습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내가 보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코미디라는 분야에서 많은 인정을 받는 이유는 건강한 유머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먼저 그들의 내면이 건강하게 일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아직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들은 주변과 스스로를 돌아보며 점차 건강한 사람이 되어갔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유머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유머가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은지를 생각하며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유재석 씨랑 짐 캐리 씨는 같은 코미디 이긴 하지만 아예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잘 웃겨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그들의 내면이 비칠 때 그 모습이 따뜻하고 진실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도 웃겨서가 아니라, 내가 서두에서도 얘기했듯이 내 상황에서 너무나 공감이 가고 나의 감정이 이해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들의 내면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고 그들의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낼 수 있는 그릇이 준비가 되어서 인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잘 모르거나, 가볍게 여겼던 이유도 나의 내면이 건강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웃기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순간적인 즐거움을 줄 수는 있어도 그들의 마음에 공감이 갈 수 있는 유머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도 내 옆에서 내가 이해 가지 않아도 있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더 나아진 모습으로 사랑하며 이해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 14화 소확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