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시 8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시 <갈대>는 신경림 시인의 초기 시 세계를 대표하는 시로, 인간 존재의 생명 인식을 나타낸다고 주로 해석한다. 또, 실존주의니 민중시니 서정시니 하는 다양한 작품 설명들이 있지만, 사실 나는 학교 다닐 때 이미 틀에 짜인 시 해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시를 읽고 그때 느낀 감정이 알맞은 해석이고, 같은 작품이라도 개인마다 다른 의미와 울림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문학의 묘미인데 과연 시 해석에 정답이 있을까. 자기에게 다가온 것을 나눌 수는 있어도 그게 유일한 답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갈대'라는 식물이 대변하는 감정들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갈대의 흔들림을 조용히 울고 있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인의 섬세함이 좋았다.
강변의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언제나 내 마음이 동하는 것은, 아주 작은 바람이나 달빛에도 오만가지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인간 본성과 아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매일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